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추진되던 의료개혁이 사실상 실패하게 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3천58명으로 돌려놓고, 2027년 이후 정원은 앞으로 구성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료계 등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계획은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전원 복귀하지 않으면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조건부 수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와 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가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자 사실상 정부가 의사들에게 항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 약속도 없이 정부가 먼저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스스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의대 총장·학장단의 건의안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이 담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를 요구하며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6일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과대학 증원 2천명 발표 이후 1년여간 의정갈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희생을 치렀다. 특히 중증 환자를 보는 대형 병원이 전공의들의 이탈로 인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상당수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인해 1년 이상 허송세월 했으며, 지금도 대학은 개학했으나 의과대학은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집단반발로 실패했다. 즉, 김대중·박근혜·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의료 개혁이 추진됐지만, 그때마다 의료계의 의료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집단행동에 밀려 물거품이 됐는데, 이번에 그런 나쁜 선례를 다시 밟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의정갈등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가. 정부가 ‘의대 증원 반대’라는 의료계 핵심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의대생들도 강의실로 복귀, 수업에 임해야 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대화를 통해 의정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의료계는 의료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 집단행동으로 기득권 수호에만 집착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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