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원당 지역 개발 용역 예산을 세 차례나 삭감했다. 기존 청사 주변을 잘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부 부서의 이전 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이 각하는 했지만 시에는 큰 부담이 됐다. 청사 이전 업무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관련 업무 전반을 훑어보고 있다. 2년여간 계속된 반대가 이런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나. 작정하고 방해 한 측면이 있다.
결국 백석업무빌딩으로의 청사 이전은 무산됐다. 시 관계자 설명에 시의회를 향한 원망이 있다. “이동환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여대야소가 되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2023년 벽두부터 시작된 청사 이전 논쟁이다. 시민 여론을 찬반으로 쪼갠 오랜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게 2년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시의회의 비협조를 넘어선 노골적인 반대가 원인 중 하나다. 시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시가 제공한 원인도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이동환 시장이 2023년 1월4일 발표했다. 전임자 결정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단행한 발표였다. 시민도 시의회도 몰랐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조차 모른 듯 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이런저런 후속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발표 20여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란 걸 발표했다. 민간 재원을 활용한다는 개발 계획이었다. 조감도 등을 갖춘 개발 청사진이었다.
일주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절차도 앞뒤 없이 뒤죽박죽 됐다. 왜곡된 절차를 상급 기관이 모를 리 없다. 경기도가 관련 투자 심사를 퇴짜 놨다. 2023년 8월 1차 반려, 2023년 10월 2차 재검토, 2024년 9월 최종 반려됐다. 절차상 문제는 여기서도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민을 설득하고, 시의회와 협의회 절차를 이행하라.’
뜻하지 않은 법률적 문제도 생겼다. 백석업무빌딩의 용도다. 기존에 허용된 빌딩의 용도는 벤처기업 집적시설이다. 행정 청사인 시청 건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초기에 시가 챙겼어야 했다.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부담도 간단하지 않다. 시가 종전 건물주에게 기부채납 지연 배상금을 청구했다. 456억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262억원만 인정했다. 시가 비워 놓은 1년 치를 삭감됐다. 시 의회는 시장의 배임을 주장한다.
논쟁을 접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청사를 옮기려 한 당초 이유가 뭐였나. 언제 기울지 모를 안전진단 D등급이다. 관공서 기준의 51.1%인 협소한 공간이다. 부서 70%가 다른 건물에 나가 있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도 개선된 게 없다. 하루가 급한 현안이다. 정치적 셈법에 매달릴 시간이 있나. 하루 빨리 대안을 내고 건설적인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 낡고 협소한 청사로 생기는 시민 불이익은 시의회와 시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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