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 최일선 행정복지센터 곳곳, 머리채 잡히고 폭언·폭행은 예사 예방책 미흡… 바디캠도 무용지물, 청원경찰도 일부 군구청사에만 區 “안전요원 단계적 배치 검토”
#1. 인천 남동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 지난 5일 긴급 지원을 요구하는 한 민원인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지원 가능 여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원인이 화를 내며 A씨 자리로 다가왔고, 순식간에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이후 A씨는 충격에 빠져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근처에서 사건을 목격한 A씨 동료는 “민원인이 갑자기 화를 내며 A씨 머리채를 잡아당겨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졌다.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했다.
#2. 부평구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공무원 B씨(37)는 지난 2월14일 일을 다 보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민원인에게 “다른 민원인을 위해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했다. 해당 민원인은 이 때부터 화를 내며 B씨에게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민원인은 급기야 B씨의 가슴 부위를 세게 밀치기까지 했다.
#3. 연수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7일 이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민원인이 증빙서류 발급을 요구했다. 담당 공무원이 이를 처리하고 발급 수수료 5천원을 요구하자 민원인은 “돈을 왜 내야 하느냐”며 직원들을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인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들의 폭행, 폭언에 멍들고 있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23~2024년간의 인천지역 공무원 폭행, 폭언 등 특이(악성)민원은 78건에 이른다. 이는 악성 민원으로 큰 피해를 당해 지자체에 보고된 건수로, 일선 공무원들은 지자체에 접수되지 않은 악성민원도 셀 수 없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악성민원으로부터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민원인을 마주하는 행정복지센터엔 안전요원이 없는 데다 바디캠 등도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현행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군·구는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 등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명시하지만 인천 10개 군·구 중 연수구만 선학·연수1·연수2·연수3·청학동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했다. 나머지 9개 군·구는 군·구청사 민원실에만 청원경찰을 배치했을 뿐 행정복지센터에는 배치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선 공무원들은 바디캠도 이미 피해를 당한 뒤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악성민원을 예방하진 못한다고 호소한다.
박한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산 부족과 공무원 정원 동결로 군·구가 행정복지센터 안전요원 배치 등 악성민원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담부서(팀)를 신설하고 여러 부서에 흩어진 특이민원을 종합 관리해 민원담당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구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여전히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현실을 알고 있다”며 “민원 수요가 많은 행정복지센터부터 단계적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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