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 놓인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

인천시 관리·감독 ‘허술’...개 파보바이러스 양성률 72%

인천 계양구 다남동에 있는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의 ‘고양이 사육장’은 청소도 하지 않고, 녹이 잔뜩 슨 커다란 철창 안에 고양이 7~8마리가 가둬져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 계양구 다남동에 있는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의 ‘고양이 사육장’은 청소도 하지 않고, 녹이 잔뜩 슨 커다란 철창 안에 고양이 7~8마리가 가둬져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에 전염병 등이 확산하며 동물들이 잇따라 폐사(경기일보 3월10일자 1면)한 가운데, 보호소의 개 파보바이러스(CPV) 양성률이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인천시와 군·구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이 방치, 사각지대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보호소의 사육환경 및 감염증 모니터링 결과 개 파보바이러스 양성률이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즉각적인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마리의 동물이 잇따라 폐사하고 다른 개체까지 옮는 등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다.

 

파보바이러스는 개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바이러스로 분변, 타액 등을 통해 전파하며 예방 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80%가 옮는 등 확산이 빠르다. 또 제때 치료 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90%에 육박한다.

 

유경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부평2)은 이날 301회 인천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보호소에서 동물들이 전염병에 감염돼 죽어가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원봉사자와 동물보호 단체가 이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해가는 일이 반복하고 있다”며 “보호소는 명백한 동물학대를 하고 있고, 시는 적절한 관리·감독은 커녕 개선 의지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 같은 잇따른 동물 폐사 문제를 막기 위해 오는 12월 수의사회에 위탁한 유기동물 보호 업무를 끝내고, 군·구별 동물병원 지정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약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동물들은 지금과 같이 낡고 더러운 철창에 갇혀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문화복지위원회의에서 유경희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부평2)이 질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문화복지위원회의에서 유경희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부평2)이 질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이 밖에 유 위원장은 보호소 관리·감독 업무를 맡는 인천시 수의직 공무원 32명이 인천수의사회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인천의 수의직 공무원이 인천수의사회 부회장, 감사, 이사를 맡고 있다”며 “수의사회로부터 자녀의 장학금을 받은 공무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공무원이 다른 직무를 겸직하려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 위원장은 “시 수의직 공무원이 임원까지 맡고 있는 수의사회가 군·구로부터 동물보호 업무를 위탁 받고, 그 수의직 공무원이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상황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의사회 당연 회원인 수의직 공무원들이 수의사회 임원을 겸직해도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 위원장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전염돼 병들고, 다치고, 방치되어 죽어가는 동물을 언제까지 봉사자들이 구조해내야 하느냐”며 “수의사회의 남은 위탁 기간에도 동물이 죽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