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소진,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겪어 ‘정서적 지지 기반 없다’ 응답 21.5%
#1. 성남시에 있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 이연수씨(30·가명)는 출근하자마자 피로감을 느낀다. 아무리 해도 줄지 않는 업무량이 버거운데, 잦은 회식 등 직장 내 인간관계까지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거대한 톱니바퀴 속 작은 부품에 불과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 화성시의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김호수씨(44·가명) 또한 주기적으로 번아웃을 겪는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더 많은 업무’. 그래도 책임감 있게 임하려 하지만 몇 달에 한 번씩 덮쳐오는 피로감은 어쩔 수가 없다. 김씨는 “뭘 위해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지쳤다고 말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하루 중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무기력감, 피로감, 지침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69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9%가 하루 중 자주 느끼는 감정으로 ‘무기력감·피로감·지침’을 꼽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 감정 소진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력감·피로감·지침을 자주 느낀다는 여성은 43.8%, 남성은 38.1%이었다. 불안·걱정·긴장 역시 여성 33.1%, 남성 28.1%로 여성이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정적으로 가장 지친 순간을 묻는 질문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21.0%) ▲해야 할 일이 많을 때(20.6%) ▲뉴스 및 사회 이슈를 접할 때(14.4%)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감정적 피로를 해소하는 활동으로는 절반 이상이 잠, 멍때리기 등의 휴식을 취한다고 대답했다(52.4%). 이외에 ▲콘텐츠 소비(유튜브, OTT, 게임 등)(46.6%) ▲산책·러닝 등 자연 활동(38.2%) 순이었다.
‘요즘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 여유와 생계 안정(38.4%)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에너지 회복과 감정 안정을 위한 휴식(22.4%) ▲삶의 의미를 위한 성취감(13.3%)이 뒤를 이었다.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설문에 대해서는 ‘없다’고 답한 비율이 21.5%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령별로 40대(28.9%)와 50대(24.8%)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감정 피로와 번아웃은 단순한 기분 문제를 넘어, 정신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라며, “개인의 회복 루틴 마련과 더불어 사회 구조적 개선 및 공공 차원의 정서 지원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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