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허리가 휠 정도로 힘들었다. 베이비붐세대 부모들의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이 그랬다. 1980년대 한우 한 마리 값은 60만~70만원대이었다. 사립대 연간 학비는 70만원대, 국립대는 30만원대였다. 그래서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는 소도 팔고 논도 팔아야만 했다.
학생들도 학비를 버느라 고생하긴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입주 과외 같은 것들이 있었다. 당시 중앙 일간지 하단에는 학교와 학과 등을 소개하며 입주 과외를 호소하는 광고들이 빼곡했다.
최근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인상(경기일보 8일자 8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국·공립대와 전문대까지 퍼지며 물가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 분석 결과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3월 교육물가(지출목적별 분류)는 지난해보다 2.9% 올랐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4.8% 이후 16년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교육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21%포인트 끌어올렸고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원인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등록금 인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월20일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3월 물가지수에서 사립대 납입금은 1년 전보다 5.2% 뛰었다. 2009년 2월 7.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여파로 국·공립대 39곳 중 28.2%인 11곳도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가난했던 시절 대학등록금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련해야만 했던 타협 불가 영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소의 뼈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의 ‘우골탑’으로도 불렸다. 코끼리의 엄니인 상아로 이뤄진 탑이라는 뜻의 ‘상아탑’ 대신 말이다. 요즘도 그때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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