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수 세계 담아낸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꽃에게 길을 묻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층 기획전시설서 7월 13일까지 전시
자연에서 마주한 꽃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20점, 그로부터 길어 올린 시 20편
시와 사진의 예술적 짜임과 스며듦…사진

최두석 시인의 작품. 정자연기자
최두석 시인의 작품. 정자연기자

 

예술의 사명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에게 꽃은 예술을 실현해주는 존재였다. 온몸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존재,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 작은 곤충들을 위해온 힘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숭고한 존재. “생명의 존재들을 소중하게 담아내는 게 시 쓰는 자로서의 소명”이라 생각한 시인은 “꽃과 그 주변 생명을 지닌 귀한 존재들을 시 속에 잘 모시기 위해” 카메라로 그들을 담아냈다.

 

자신이 목도한 자연의 순수한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시로 담아내온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가 지난달 30일 노작홍사용문학관(화성시 노작로 206)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1980년 ‘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등 역사와 자연에 관해 이야기를 해온 시인은 30년이 넘도록 꽃과 새, 흐르는 강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다.

 

전시에선 최두석 시인이 자연 속에서 마주한 꽃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20점, 그로부터 길어 올린 시 20편이 함께 걸렸다. 원고지에 꾹꾹 정성스럽게 눌러쓴 시인의 손글씨와 꽃의 순간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귀한 질문과 사유을 담아낸다. 시와 사진의 예술적 짜임과 스며듦을 통해, 사진의 정적(靜寂)과 시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감동이 전해진다.

 

최두석 시인의 육필 원고. 정자연기자
최두석 시인의 육필 원고. 정자연기자

 

시인에게 사진은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생명이 안고 있는 모든 것을 잘 담아내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었고,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다. 야생에서 배워나간 촬영 기법은 ‘쌓인 낙엽 비집고/ 쫑긋쫑긋’(시 ‘노루귀’ 중) 피어나는 노루귀의 생명력을, ‘호박벌이 물봉선 꽃속 가득/ 온몸을 들이밀고 꿀빠는 모습을 대하니/ 주위가 문득 생기로 충만해(시 ‘물봉선과 호박벌’ 중) 생의 희열로 가을을 맞는 골짜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꽃잎만 보지 않고 그 안의 암술과 수술, 또 꿀샘을 안내하는 무늬들을 보면 꽃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자기의 가루받이를 해줄 작은 곤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꽃의 아름다움을 육안으로만 봐선 알 수 없어 사진에 담게 됐지요.”

 

꽃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 나비나 벌, 새가 날아드는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은 그의 시와 사진작업의 중요한 동기다. 꽃이 생명활동의 절정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자, 새로운 생명의 잉태라는 점에서 ‘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이번 전시에 녹여냈다. 귀한 생명을 포착한 사진과 그 대상을 향해 펼쳐진 시인의 섬세한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순리를 따르는 자연에 박동하는 그의 시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두석 시인은 이번 시(詩) 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인 시와 사진 20점을 선보인다. 정자연기자
최두석 시인은 이번 시(詩) 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인 시와 사진 20점을 선보인다. 정자연기자

 

“그동안 꽃에게 살 길과 시 쓰는 길을 물어왔어요. 앞으로도 전국을 누비며 온 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에 모시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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