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채우며, 누군가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것은 참으로 경건한 일이다.
지난 7년간 시흥다문화엄마학교에서 이윤표 담임교수(68)는 교과서 너머에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하며 다문화 엄마들에게 낯선 땅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경건한 시도를 지속했다. 그의 가르침은 개개인의 변화를 넘어 가정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심어줬다.
다문화가정이 매년 늘고 있는 시흥시는 유아·초등학생 자녀를 둔 결혼이민 여성들이 한국 초등교육과정을 학습해 가정에서 자녀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다문화엄마학교를 2019년 개설해 많은 다문화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명예연구원으로서 연구 활동을 펼쳐온 이 교수는 정년 퇴임 후 한국공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단에서 내려온 뒤 시흥다문화엄마학교에서 남보다 더 활기찬 인생 2막을 써 내려가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전부였다.
물론 시흥다문화엄마학교 교장인 오재곤 교수의 추천도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지역아동센터에서의 교육봉사 경험과 제자들과 함께했던 봉사활동의 촘촘한 기억이 그를 다시 교단에 서게 했다. 돌이켜보면 ‘교육과 봉사’라는 두 축이 맞물려 달려온 삶이었다.
재능기부를 위해 왕복 4시간가량의 긴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시흥을 찾는 발걸음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는 이 교수는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며 매월 격주 토요일마다 빠짐없이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에게 초등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데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성공은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작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간 시흥 다문화엄마학교에서 이어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던 학부모들이 점차 자신감을 얻고 자녀와의 대화가 늘어나며 학습 습관을 함께 만들어 가는 모습에 큰 희열을 느꼈다.
그의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교과 과정 전달이 아닌, 마치 친정 엄마처럼 따뜻하고 살뜰하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노하우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직장 및 사회생활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시간 관리와 학습 방법을 조언하며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특히 그는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자가 아닌, 부모들이 자녀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주말에 아이들에게 피자나 치킨을 사주는 대신 엄마 고향의 전통음식을 함께 요리하고 맛보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라”고 조언하며 가족 간 함께하는 활동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강생들은 “선생님을 만나고 가족의 대화가 달라졌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엄마들은 그의 진심 어린 가르침을 통해 더는 자녀의 학교생활이 두렵지 않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한층 깊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목욕 봉사를 하고 아동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다. 그는 “어린 시절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를 돕던 경험이 자연스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낮은 곳을 향해 걸으며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그는 봉사를 통해 자신이 사회에서 받은 온기를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뜨겁다.
그가 꿈꾸는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다문화 엄마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한다고 말하는 그는 새봄에도 여전히 열성적인 배움과 나눔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가르침은 올봄에도 누군가의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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