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학생에게 주먹으로 배를 맞았다. A씨는 신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병가를 낸 뒤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3주가 지나도록 학교로 복귀하지 못하고 장기 휴가를 냈다.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이 그대로 같은 반에 있기 때문이다.
중구의 특수교사 B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학생에게 신체적 폭행을 당한 B씨는 며칠간 병원을 다니다 복귀했지만, 아직 교보위가 열리지 않아 결국 병가와 연차를 추가로 냈다. 학교 측에 강제 분리 조치 등을 요청했지만 교보위 소집 전까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폭행을 한 학생이나, 그 부모 등을 또 다시 보는 것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타 지역 학교로 옮기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인천의 일선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등 폭력 행위를 당해도 정작 교보위가 열리기 전까지는 강제 분리 조치가 불가능해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피해 교사의 인권 등을 위해 긴급 조치 등 법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인천 송도 경원재 호텔에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등은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교원지위법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도 긴급조치를 위해 학생과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교육활동보호메뉴얼에는 최대 7일까지 교원과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며 확실한 분리조치를 받기 위해서는 교보위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교보위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다 보니, 상당 기간 피해 교사와 가해 학생이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밖에 없다. 통상 교보위가 열리기까지 최대 21일, 심의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대 14일 등 한달 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피해 교사들은 병원진료 후에도 가해 학생을 피해 추가로 휴가를 내고 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학생 간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 등에 따라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리기 전에도 긴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 분리가 가능하다.
김성경 인천교사노동조합위원장은 “최소한 폭행 같은 긴급사안은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교보위 결과 이전이라도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 간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피해 교사가 학생을 피해 휴직하거나 타 지역으로 옮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곧 교육부에 법 개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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