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 퓨 굿맨’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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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이 책상을 치면서 고함을 지른다. 초급 지휘관으로부터 보고서를 받고서다. 약골인 한 신병이 부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사령관은 얼마 후 해당 병사가 사열을 받던 중 소총을 떨어뜨리자 은밀한 가혹행위 명령을 내린다. ‘코드 레드(Code Red)’다. 기율을 바로잡기 위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비폭력적 방법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일종의 얼차려다. 병사는 그 조치로 숨진다.

 

할리우드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의 도입부다. 톰 크루즈와 잭 리콜슨이 열연했다. 얼개는 쿠바 관타나모 미군 해병대 기지에서 일어난 구타 사망 사건이었다.

 

그 다음 줄거리는 어떻게 이어졌을까.

 

얼차려 이후 가해 병사 2명은 군법회의에 회부된다. 코드 레드로 숨진 병사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채 말이다. 그들에 대한 변호를 로스쿨 출신 법무관이 맡아 진상 규명에 나선다. 군 검찰은 가해 병사들을 징역형에 처하는 선에서 재판을 마무리하자고 권유한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결국 사령관을 증언대에 세우고 사령관은 집요한 추궁 끝에 혐의를 시인하고 법정에서 체포된다.

 

영화의 마지막 대목에서 제목인 ‘어 퓨 굿맨’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고집불통의 권위주의적인 사령관의 입을 통해서다. “해병대는 미국을 수호하는 ‘소수 정예’이고 ‘코드 레드’는 이를 위한 필수 사항이다.” 논리의 대반전이다. 아이러니하다.

 

어 퓨 굿맨은 미국 해병대의 구호다. 비슷한 대목이 국내 해병대에도 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난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조가 그렇다. 데칼코마니다. 해병대 출신들이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달고 사는 워딩이기도 하다.

 

최근 박정훈 대령의 해병대 수사단장 복귀를 보면서 이 영화가 소환됐다. 1992년 여름에 개봉됐으니 33년 만이다. 법무관과 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두 배우에게서 각각 특정 인사들이 오버랩되는 건 필자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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