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 없는 청소년

지난달 동인천 호프집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은 55명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어이없는 참사였다. 이들 대부분은 인천시내 30여개의 고교생들이다. 꿈많은 청소년들이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하여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이며,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미성년자인 고교생들은 술집에 출입할 수 없는데도 이런 유흥업소에 출입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청소년들의 잘못을 꾸짖을 수도 있으나 과연 우리 어른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제대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고교생인 청소년들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한 호기심이 많으며, 신체적으로도 무엇인가 요동을 하지 않으면 안될 연령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젊음을 발산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시내 유흥가를 방황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학교 수업 후에 적절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도, 또한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청소년 놀이터도 없이 틀에 박힌 생활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교생들은 학교 공부 이외에는 사실상 어느 것도 마음놓고 즐길 수 없다. 학교나 가정은 오직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다. 학교 수업도 모자라 늦게 집에 와서도 과외지도를 받고 또는 학원을 가야하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대학을 일찍 포기하고 학교생활에는 취미가 없어 겉돌고 있거나 또는 거리를 방황하면서 유흥가를 기웃거리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는데 우리 어른들은 너무도 인색했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각종 공공기관이 소유한 각종 체육시설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함은 물론 부족한 시설을 만드는데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된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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