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23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은 당·정협조를 넘어 당·정일체를 의미하는 다목적 정치포석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실장의 임명은 또 2년간 단절된 야야의 대화정국의 복원에도 큰기대를 걸고있다.
이러한 점은 “한 실장이 당과 청와대간 협조를 원만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나, “한 실장이 당을 잘 아는 만큼 잘 할것”이라는 국민회의 권노갑 고문의 환영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 실장은 김 대통령의 야당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동교동계의 일원인데다 이번 개편때 동교동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동교동계의 지지속에 당우위의 당정협조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특히 김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집권 전반기보다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후반기에 각종 정권차원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김 대통령의 정치적 장악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청와대와 당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 실장이 동교동계의 일원이면서도 동교동계 색채가 엷어 당내 일부에 존재하는 동교동계에 대한 거부감을 사지 않고 있는 점도 정부에 대한 당측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중권 전 실장도 김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당정관계를 주도해 나갔지만 당에 뿌리가 없는 입장이어서‘ 당따로’‘청와대 따로’라는 당과 청와대 사이에 항상 긴장이 잠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불안한 관계는 옷로비 의혹 사건 등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이른바 신·구주류 갈등설의 근본원인이 됐을 뿐 아니라,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그러나 한 실장이 김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역할때문에 당정관계는 최소한 공동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 개편 이전엔 주로 당측이 청와대비서실을 겨냥, 위기관리능력 부족을 탓하며 당정간 조율기능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 또는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목소리를 높이다가, 동교동계 인사들의 비서실 진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부터 “모두 제자리에서 좀더 부지런히 하기만 하면 되지 따로 그런 것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목소리를 낮춘 것도 당우위의 당정협조 관계에 대한 낙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정은 그러나 공식기구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공통의 정치경험과 ‘한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기탄없이, 그리고 수시로 공식.비공식 협의를 강화해나가면서 일정한 협의 틀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 실장 시절에도 총재권한대행, 비서실장, 국정원장간 ‘토삼회’가 한달에 한번꼴로 열렸으나 국정운영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실장은 “ 청와대·당·행정부 등 집권층 내부 모든 분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할 뿐 만 아니라 공동정권인 자민련과의 유대강화,야당과의 새로운 변화시도 등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대통령의 뜻이 국민에게 가감없이 전달되고 국민의 목소리가 굴절없이 대통령에게 들리도록 가교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한실장에 대한 여야의 기대가 큰 것으로 전망된다./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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