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외면하는 단체장

요즈음 경기도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는 행정감사, 결산, 또는 예산심의 등이 실시되고 있다. 집행부서는 물론 의회는 지난 해의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내년도 살림에 대한 각종 예산을 편성하며, 또한 이에 대한 타당성을 꼼꼼이 챙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의 행정감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면 아직도 주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단체장들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낭비성 예산 편성 또는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정부발표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의 실업률이 4.9%와 5.7%대로 낮아졌고 또한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12.3%에 달해 경기과열까지 우려된다는 낙관적인 걱정의 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IMF 체제에 있다. 더구나 IMF 체제이후 직장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인데도 단체장들은 절약이 가능한 관공비를 IMF 이전 수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하면 때로는 더욱 올린 것으로 나타나 과연 이것이 IMF로 인한 고통을 주민과 같이 하고 있는 단체장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올해 도내 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의 판공비가 총 28억9천만원으로 IMF 이전 수준이고, 또한 수원 구리 용인 등에서는 삭감되었던 판공비를 오히려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지법에서 내린 단체장 판공비 공개 판결에서와 같이 단체장 판공비 사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 판공비 사용에 대한 공개는 생각지 않고 오히려 판공비나 올리는 것은 공개행정을 추구하고 주민과 고통을 함께해야하는 단체장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주민들을 비롯하여 말단 공무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IMF체제의 극복은 주민들의 절약만으로는 안된다. 오히려 단체장을 비롯한 지도급 인사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성실하고 절약된 자세를 보일 때 주민들도 행정관청의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다. 단체장들의 고통분담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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