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천막수재민’이라니

수천억원대의 수해복구, 이재민 대책이 발표됐었다.

수해예방을 위한 항구복구를 말하고 생계지원차원의 이재민구호에 만전이 강조됐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경기 북부지역이 전례없는 엄청난 물난리를 당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도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수재민지원에 줄을 이었던 자원봉사자들은 이젠 좀 괜찮을 것으로 여겼다. 수많은 모금에 참여한 성금기탁자들은 지금쯤 좀 나아졌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정부나 행정당국의 지원비는 고사하고 그 많은 성금은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할 만큼 이재민 현장은 참혹하다.

‘수해가 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변한것은 없다. 밀레니엄이라고 들떠있지만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다.’ 이같이 절규하는 수재민들은 썩은 냄새가 나는 집에서 늘어나는 빚더미속에서 무관심의 고독속에서 미지의 공포에 떨며 살고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침수가옥 4천900여가구 가운데 740여가구는 개보수가 필요했으나 350여 가구만 복구됐을 뿐 370여가구는 아직도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연천군 군남면 등지에서는 5∼6가구가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이들의 천막생활을 두고 나름대로는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사치스런 변명이다. 이 엄동설한의 강추위를 천막생활로 견뎌내야 하는 수재민들 사정은 행정당국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절박하다.

수해지역에 아직도 폐가가 즐비한 것은 ‘냄비행정’의 고질적 병폐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 흐지부지 되곤하는 것이 ‘냄비행정’의 속성이다. 사회는 잊어도 행정은 일관해야 하는데도 사회가 잊으면 행정도 일관성을 잃는다. 중앙행정, 지방행정 가릴 것 없이 다 이 모양이다. 북부지역이 지난 4년동안 한해를 걸른 3년에 걸쳐 해마다 수해를 당한것도 다 이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우선 노숙이나 다름없는 천막수재민에게 거처를 알선해줄 책임이 있다. 방관만 하는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지방행정의 자세가 아니다.

아울러 수재민 전반에 걸친 현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수해시설 복구도 말처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

수재민대책이 아직껏 미흡한 것이 수해시설 복구인들 온전하겠는가 싶어 내년 여름이 웬지 자꾸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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