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교육은 어떻게 변할까?교육학자들은 이같은 질문에 현재의 학교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교육방법과 교육제도 등이 새로운 질서에 파기당하는 탈학교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전문화되고 창조적인 지식인 만큼 기존의 정형화된 교육제도는 그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사이버공간의 영역확대 등은 탈학교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21세기 탈학교화의 첨병이 될 사이버학교는 이미 시작됐다. 아직까지는 학교수업을 보조하는 정도의 기능이지만 앞으로 사이버학교는 영역확대에 따른 학생들의 호응도가 크게 높아지고, 정규학교와 똑같은 자격이 부여되면서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는 것.
이미 통신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교사들을 확보해 사이버공간에서 전과목 강의를 하고 있다.
하이텔은 130명의 교사를 동원 전과목 강의를 하는 ‘우리학교’와 외국어 교육인 ‘멀티미디어 삼국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니텔은 서울대 사범대와 공동으로‘사이버 하이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 채널아이는 네티즌들이 시트콤이나 전래동화 등 다양한 소재로 협력해 학습과정을 완성시키는 영어학습 사이트인 ‘oops’를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어를 위한 ‘중국마을’등이 이매 개설돼 있는 등 인터넷 공간에는 다양한 교육 사이트가 기존 학교를 대신해 운영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 사이버학교들은 통신회사나 대학 또는 교육방송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컴퓨터만있으면 학습에 참가할 수 있으며, 단순히 지역적인 학교개념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학습공간이 된다는 것.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이버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어 기존의 공공적인 이미지의 사학보다는 사업중심의 교육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수원에 살고있는 사람이 독일을 한번도 가지 않고도 이력서에 독일의 사이버고교 졸업이 기재될 날이 멀지 않았다.
사이버학교가 탈학교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라면 수십년간 정형화된 학교교육을 주도했던 공교육기관들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상득장학관은“생활지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청소년들의 변화를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며“교육 또한 이같은 세대의 변화에 맞춰 다양화, 전문화 소규모화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라고 전망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상업고교를 정보고교로 명칭과 교과과정을 변경시킨 경험을 토대로 실업교육을 전문화시키고 있다.
학교법인 복음아성학원은 시흥시 과림동에 성택 조리과학고 문을 열었다. 연간 20조억원이 넘는 외식사업의 급성장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된 조리과학고는 단순히 하나의 전문화된 교육기관이라는 의미보다는 21세기 실업교육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교는 가족음식봉사의 날 전국유명향토음식 현장답사, 요리축제 참석 등 일반적인 짜여진 틀 속의 교과교과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참여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중학교 3학급 57명과 고교 2학급 80명으로 운영됐지만 앞으로 6학급 240명으로 확대되고, 대학 관련학과와 연계한 진학의 길도 열려 정부의 특성화고교설립 확대정책 이후 새로운 교육변화의 모델링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도교육청이 하남시에 세운 에니메이션 고교는 치열한 입학경쟁 속에 2000년 3월 개교한다. 경기지역 50% 선발에 타지역 학부모들이 반발했던 것만으로도 에니메이션고교는 앞으로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전문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탈학교화로 일컬어지는 전문화교육은 실업교육분야가 아닌 인문교육기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화성군 정남면에 있는 두레자연고는 올해 20명의 전교생이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1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텃밭을 가꾸며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는 두레자연고는 일반고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었지만 기존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적 생활이 펼쳐지고 있다.
한신교교장은“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지만 학생 스스로 자연 및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교육방침 때문”이라며“학교틀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방황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안교육의 활성화와 사회적인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거대한 공룡으로 비교되는 기존 고교교육의 변화는 지금까지 과학고 중심의 특성화고교에서 한층 확대돼 학교의 전문화, 소규모화 등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학교 설립과 고교전문화를 부추키고 주도하는 또하나의 기관은 대학이다.
대학들은 이미 학생수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들어갔다.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을 전문화시키거나 소규모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교육부가 1조4천억을 투자한 두뇌한국 21사업 역시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할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다. 일부 지방대학들이 관련학과를 통합하자는 논의를 진행하다가 관련 교수들의 반발로 주춤하고 있지만 21세기 강압적인 통합이 아니더라도 대학 스스로 변화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또 2002년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대학은 올해부터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해 다양한 내용의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학과의 모집정원을 축소하거나 아예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21세기는 교육변화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교육내용의 변화는 물론 기존 교육제도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탈학교화를 21세기 변화에 맞게 풀어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미래학자들은 교육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이를 잘 주도해나가느냐가 21세기 세계의 주역이 될 수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민용기자 mylee@kgib.co.kr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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