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노조가 만성적인 노사분규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서 무쟁의(無爭議)를 선언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온건노선을 표방하여 제9대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된 배일도(裵一道) 위원장은 파업을 위한 파업을 지양하고 성실교섭의 원칙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하고, 이는 사실상 무쟁의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민주노총의 전위대로 인식될 정도로 그동안 있었던 많은 노사분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87년 노조 결성 이후 서울지하철 노조는 7차례의 파업 선언이 있었으며, 실제로 5차례에 걸쳐 파업을 단행함으로써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파업시마다 수백만명의 지하철 승객에게 불편을 주어 시민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이번 무쟁의 선언은 오는 11일에 있을 협약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효력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집행부의 협약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립적 노사관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분규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됨에도 불구하고 극단의 방법으로 인하여 갈등만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제도를 만들어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관계 정립을 시도하였으나, 현재 많은 난관에 봉착하여 선진화된 노사관계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21세기에 걸맞는 방식으로 변해야 된다. 갈등과 강경일변도의 투쟁 방식은 20세기적 사고이다. 희망의 새천년을 맞이하여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정립함으로써 국가발전의 동력을 찾아야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지하철노조의 무쟁의 선언은 앞으로의 노사관계 설정에 있어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모적인 투쟁이 아니라 타협과 협상을 통한 노사관계를 정립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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