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살자’는 주한미군

주한미군은 과연 필요한가.

미군은 무엇 때문에 한국에 주둔하는가. 인근 미군부대에 강력한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첩보에 따라 5일 새벽 1시30분부터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 1천89가구 3천여명이 공포와 추위에 떨며 긴급대피한 소동은 주한미군 불신을 증폭시킨 사건이다. 수색결과 거짓 첩보로 밝혀져 5일 오전 9시13분 주민대피령이 해제됐지만, 해프닝이라고 넘기기에는 주한미군의 처사가 너무나 비인도적이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주한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은 지난 4일 오전 10시였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주한미군에 근무했던 마약사범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주의 캠프 에드워드에 폭발물을 설치했고 5일 폭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즉각 주한미군사령부에 통보됐다. 이 부대에는 유류 60만ℓ와 폭약, 탄약 등 각종 위험물이 많아 폭발할 경우 반경 1㎞지역 내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됐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4일 낮 12시쯤 미 2사단에 관련내용을 통보했고, 미 2사단은 이 때부터 밤 10시쯤까지 캠프 에드워드에 상주하는 주한 미군 및 군속 2백여명을 각종 물자와 함께 다른 미군기지로 대피시켰다.

미 2사단은 그러나 이 사실을 지난 4일 오후 5시10분쯤에야 인근 한국군 부대에 알렸고 주한미군사령부는 오후 5시30분쯤 합참 지휘통제실에 공식 통보했다.

파주시는 이보다 늦은 오후 7시10분쯤 미군 관계자와 경찰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으나 5일 0시를 훨씬 넘긴 뒤인 새벽 1시10분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주민대피령과 함께 통일로와 경의선 일부를 통제하고 차량통행을 금지시킨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주한미군의 파렴치한 조치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군들이 먼저 떠난 후 7시간이나 지난 뒤 대피하라고 통보했다니 가슴이 뛴다.

테러가 예고된 5일 0시에 실제로 폭발물이 터졌다면 수천여명의 한국인이 살상됐을 것이 아닌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참상이다.

주민대피령 발동권한이 있는 파주시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몰라 우왕좌왕한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나 이번 폭발물 대피소동은 한국에 정확한 첩보상황을 즉시 전해주지 않은채 ‘우리만 살면 된다’고 사지에서 벗어난 주한미군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당국은 이번 파주 미군부대 폭발물 첩보에 따른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와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항의함은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긴급상황 돌발시의 체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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