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광객억류’ 왜 숨겼나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당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데도 정부당국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지난 4일 비록 10여시간만에 30대의 이 여성관광객은 풀려나긴 했으나 체제비판의 시인서 작성을 끈질기게 강요받는 고통을 당했다.

충격인 것은 통일부가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다. 무고한 국민이 북한당국에 붙잡혀가 조사를 받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어서 굳이 발표를 안했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뭣이 대수로운 것인지 묻는다.

관광객이 북한환경감시원에게 대놓고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측 입장에서는 적절치 않은 점은 인정한다. 또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민영미씨 사건이후 새로 맺은 합의각서는 관광중단, 추방조치이지 붙잡아가 조사한다는 대목은 없다.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관광객의 신변이상을 두고도 공개를 미룬 것은 심히 적절치 못하다. 우리가 이를 우려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남북평화정착 원년의 해’선언에 행여 흠이 갈까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신년들어 김대통령이 밝힌 일련의 대북제의의 상당내용은 남북 기본합의서 등에 들어있는 현안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2000년이 됐다 해서 북한이 달라질 징후는 없다. 그들이 신년사에서 말한 강성대국건설은 헌법이 정한 ‘인민정권강화’, ‘인민민주주의 독재강화’로 조선노동당규약에 설정된 ‘남조선해방의 혁명과업완수’를 뜻한다.

북한은 주창준 주중대사를 통해 대통령이 재임중 희망한 남북정상회담 관련의 CNN방송 회견 내용을 거부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치 않았던 국가보안법철폐, 국정원해산, 주한미군철수주장 등을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들고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은 우리측 일각에서 북한 신년사가 종전주장을 되풀이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 조짐으로 평가하기가 바쁘게 그같은 일관된 종전주장을 발표했다. 섣부른 판단은 얼마나 큰 착각인가를 말해준다.

며칠전에 발생한 여성관광객의 억류엔 마땅히 엄중항의가 있어야 한다. 대북관계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 정부당국의 각성을 크게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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