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장편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임영태씨의 새 장편소설 ‘달빛이 있었다’(창해)가 출간됐다.
작가는 깡패, 여자, 시인으로 대변되는 세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이 생에서 겪는 모든 상처와 고통은 생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필요절차라는 것’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우리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필요한 자기 몫’으로 받아들여지고상처든 고통이든 다가오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생이 채워지는 것으로 인식된다.
세 주인공은 나름대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 이 작품은 ‘상처를 통해 획득하는 존재증명’을 주제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자기 상처가 스스로 대견해 보일 때 비로소 한 인간이 성숙한 실존으로 우뚝 선다는 점을 확인시켜 나간다.
여인은 몸을 의탁하고 있던 오촌 아저씨 집에서 겁탈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아픈 기억으로 인해 말을 잃어버린 그녀는 어느날 마주친 비구니를 따라 절로 들어가 세속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만났던 깡패를 만나 처음으로 도시로 나오게 된다. 여인과 깡패의 인연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은 것이다.
여인이 동네 남정네들에게 희롱당하는 것을 깡패가 구원해주고 깡패가 부상당한 것을 여인이 치료해준 인연이다.
여인에 대한 아련한 사랑을 간직한 깡패의 도움으로 도시에 자리를 잡은 여인은 우연히 절망에 빠진 한 시인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감성을 지녔던 이 시인은 자신의 뛰어난 감성을 글로 담아낼 수 없다는 고통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술과 자학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시인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여인은 시인의 감성을 담은 한 편의 시를 써놓고 사라진다. 여인과 시인은 마침내 사랑을 꽃 피워가지만 깡패의 폭력으로 종말을 맞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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