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서 만나는 여성선각자 나혜석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서양화가로, 또 최초의 개인전을 연 인물로 우리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정월(晶月) 나혜석(1896∼1948)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나혜석기념사업회(회장 유동준)는 15일부터 오는 2월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한국최초의 근대여성화가 - 나혜석의 생애와 그림전’을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예술의전당과 공동 주최한다.

올 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나혜석을 기념하고 그의 작품을 통해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삶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한국근대미술의 형성과정을 고찰함으로써 바람직한 한국미술의 시대적 위상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나혜석의 미술작품과 각종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등 모두 80여점의 자료들이 전시된다.

미술작품으로는 ‘무희’‘스페인 풍경’‘빠리 풍경’‘농촌 풍경’등 나혜석 유작 진품 8점과 그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 17점, 또 ‘조조(早朝)’‘개척자’등 2점의 판화작품, 신문에 게재했던 삽화 11점과 작품집에 있는 삽화등이 전시된다.

나혜석의 진품이 이렇듯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품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사진으로 전시되는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의 경우는 도록에 실렸던 흑백사진으로, 2점의 판화작품 역시 1920년대 조직됐던 조선노동공제회가 발간한 ‘공제’라는 잡지에 실렸던 사진으로 전시된다.

미술작품외에도 1913년 진명여학교 졸업때의 학적부를 비롯해 소설, 시, 수필 등의 문학작품과 관련 기사 및 자료, 사망광고가 실린 관보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나혜석 생전의 모습과 유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1920년 나혜석이 24살이 되던 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남편 김우영과 올린 결혼식 사진은 당시 신문지상에 청첩장을 광고로 게재한 일화를 갖고 있다. 또 1921년 내청각에서 가진 첫개인전의 홍보를 위해 건물 밖 계단에서 25명의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사진도 있는데 전시회와 관련해 당시 매일신보가‘3시까지의 관람자라 무려 4, 5천명에 달했다’고 기록한 것을 보면 전시회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듯

싶다.

이밖에도 결혼 직후 시댁 식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동경 여자미술전문학교 서양화가 재학시절 친구들과 찍은 기념사진, 그리고 남편과 이혼 한 후 수덕사, 마곡사, 해인사 등지를 전전할 당시 찍은 사진 등 미공개 사진 8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최초의 여류화가라는 점 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유학생, 최초의 세계일주여행자, 최초의 여류소설가, 페미니즘을 주창한 여성운동가, 독립운동으로 5개월간의 옥고를 치른 항일민족운동가로써 나혜석은 분명 우리시대의 선각자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나혜석을 자유연애주의자로만 부각시켜 진정 한 인간으로서 보지 않으려 했던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려준데는 바로 나혜석기념사업회의 역할이 컸다.

이번 전시도 끈질기게 유족들을 설득하고 사방으로 관련자료를 수소문하면서 각계 각층의 협조를 호소하는 등의 노력으로 일구어 냈다.

나혜석기념사업회 유동준회장은 “나혜석의 세속적인 삶은 파멸일망정 자기시대를 정직하게 살다간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나혜석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면서 “이번 전시는 우리사회의 봉건적 사고와 제도에 당당히 온몸으로 맞선 선각자로서의 나혜석을 바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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