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잠을 못자겠어요.”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아파트에 사는 이모씨(37·회사원)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밤 10시께면 위층에 사는 여학생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컴퓨터 춤 오락기인 DDR(Dance Dance Revolution)을 켜놓고 춤을 추면서 소음이 그대로 전달돼 오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이씨는 윗집에 올라가 항의했으나 그때뿐 며칠뒤 ‘쿵쿵’소리는
계속됐다.
최근 아파트 단지마다 DDR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잠못드는 밤’을 호소하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방음시설이 제대로 안된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물론 주부들의 살빼기 기구로 활용되면서 DDR공해는 이웃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밤낮없이 소음을 배출하는 추세다.
S사 기획부서에 근무해 밤늦게 퇴근하는 이모씨(37·수원시 팔달구 매탄4동)는 DDR을 켜놓고 살빼기를 하는 윗층 주부의 극성스러움에 자정까지 잠못이루는 밤의 연속이다. 쏟아지는 졸음과 하품때문에 직원들의 눈총까지 받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S아파트 입주민 박모씨(32·주부)도 DDR소음 공해로 긴장하기 일쑤다. 윗집 아줌마의 바닥을 구르는 소리에 생후 5개월된 아기가 잠을 자다가도 깜짝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윗집에 항의도 해 보았지만 그때뿐이다.
장거리 화물 운전으로 새벽녘에 귀가하는 왕모씨(36·시흥시 정왕동 C아파트)는 아침 잠이 모자라지만 윗층 주부가 오전 10시께면 어김없이 DDR기기를 켜놓고 리듬에 맞춰 춤추는 탓에 천정이 울려 잠을 설치고 있다.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항변도 해보았지만“문제 될 것 없다”며 핀잔만 받아야 했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D아파트 입주민 김모씨(40)는 밤 11시까지 DDR 소음이 울려대자 윗층과 관리실에 항의까지 했지만 며칠못가 쿵쿵소음이 반복됐다.
이같은 소음공해로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H타운 경비실에는 지난해 말부터 DDR기기 사용을 금지시켜 달라는 신고가 하루 평균 3∼4건씩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대해 아주대학교 채장범교수(40·기계및 산업공학부) 는 “한밤중에 불규칙적인 소음을 듣게되면‘누군가 뛰고 있구나’하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며“소음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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