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가정이 빚은 13세 소녀의 충격 윤락일기

“일을 하게 해주세요.”

지난 13일 밤 10시께 파주시 법원읍 연풍리 속칭 용주골.

경찰의 윤락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탓에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가운데 앳된 얼굴의 조모양(15)이 한 업소를 찾아와 포주 김모씨(48)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애원했다.

김양은 누가봐도 한눈에 미성년자임을 알 수 있는 얼굴 생김새였지만 머리에 물을 들이고 옷을 차려입은 매무새는 성인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주인 김씨는 그러나 꺼리낌없이 조양을 고용했다. 예쁘게 치장한뒤 잠시 쉬던중 손님을 맞으라는 주인의 말이 떨어졌다.

구석진 쪽방의 문을 밀고 들어서자 술에 취한 40대중반의 아저씨가 기대섞인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몇마디 주고받자 마자 이 남자의 짐승같은 행위가 이어졌다.

잠시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은 이 남자는 5만원을 건네준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잠시 쉴 참이면 또다시 손님이 들어왔다. 연이어 4명의 남자를 맞다보니 몸이 녹초가 됐다. 그러던중 새벽4시께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줄행랑 칠 작정이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수시간에 걸친 조양의 윤락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경찰조사결과 조양은 어디한곳 의지할데 없는 결손가정을 견디다못해 뛰쳐나갈 수 밖에 없었고 오갈데 없는 어린 천사는 ‘악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3년 가정불화로 부모가 이혼한뒤 계모밑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 게다가 계모의 눈치때문에 더이상 집안에 정을 붙일 수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집을 뛰쳐 나왔다.

친구집을 전전하면서 한푼이 아쉬웠던 조양은 이후 생활정보지에 난 광고를 보고 서울 영등포, 청량리 일대 단란주점을 찾아가 술시중을 들기 시작했다. 이때 나이가 13살이었다. 손님이 원할 경우 외박까지 나갔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 과정에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접대부생활을 그만둘 수 없어 윤락가를 노크했던 것이다. 조양은 이날 부모에게 인계됐다.

한 경찰관은 “조양의 경우는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 사례”라며 “경찰이 요란스럽게 단속을 벌이는데 일을 하겠다고 찾아나선 이 소녀를 고용한 포주의 모습에서 단속불감증에 걸린 현 세태를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