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민주당의 강령문제로 2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가 21일 민주당을 겨냥해 강도높은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비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 ‘386세대’ 모임인 ‘파워비전 21’회장단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작심한 듯 민주당의 내각제 강령 제외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와 ‘신의’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공동정권의 파트너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김 명예총재는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서 내각제를 삭제해놓고 말로만 승계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앞에 서명을 해도 지켜지지 않는데 말로 하면 누가 믿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떠드는 사람일수록 지키지 않는다” “남의 말도 존중할 줄알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도출해야 한다”며 ‘신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 명예총재가 이처럼 민주당에 대해 정면공격을 하고 나선 것은 “내각제는 공동정권의 기반”이라는 수차례의 ‘경고메시지’에도 불구, 자신의 요구가 묵살된데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20일 민주당 창당대회에 불참하면서 김현욱 사무총장에게 “(가서)정신들 차리라고 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아울러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자민련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총선용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명예총재의 이날 발언을 ‘2여공조 파기’까지 염두에 둔 의도된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자민련 내부에선 민주당의 내각제 강령제외를 ‘사실상의 공조파기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평소 말을 아끼는 김 명예총재가 이날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3∼4년째가 되면 터무니없는 과욕을 부리다 불행을 자초했다”고 발언한데 대해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 명예총재가 앞으로는 2여공조 때문에 할 말을 참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다.
내각제 강령 문제를 둘러싼 2여 갈등은 향후 민주당측의 대응방식에 따라 확전으로 가느냐 봉합되느냐가 판가름나겠지만 사태추이에 따라선 공동정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일각에서 국민회의가 추진하고 있는 1인2표제, 석패율제 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병역비리 수사에 대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자민련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