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을 수도 말도 할수 없는 농아의 몸으로 36년동안 묵묵히 농아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해 온 참스승이 있어 새천년 특수교육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수학교인 수원 서광학교에서 청각장애 중·고생에게 국어와 도덕과목을 가르치는 안문자 선생님(56).
안교사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보통 선생님들과는 달리 동병상련의 농아학생들에 대한 교습열과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안교사는 30여년간 한솥밥을 먹던 동료교사이자 농아인 남편 오걸택씨(63)가 지난해 8월 정년퇴임, 교단을 떠난이후 남편의 몫까지 2배로 청각장애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농의 세째딸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안교사에게 청각장애라는 천형(天刑)이 다가온 것은 안성 양성초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52년. 장애의 굴레속에서도 중학교까지 마친 안교사는 1년여의 방황끝에 어릴적 꿈인 사회사업가는 아니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 조그만 보탬이 되기로 결심, 이듬해인 60년 국립 서울농아학교 사범과에 입학했다. 농아학교에서 안교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두사람을 만나면서 ‘귀와 말문(?)’이 트이게 됐다. 학교 2년 선배인 남편 오씨와 서광학교 설립자인 故 이승영선생을 만난 것.
농아학교 졸업후 전남 광주에 있는 전남농아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안교사는 지난 68년 남편 오씨와 함께 스승인 이승영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서광학교의 전신인 수원농아학교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후학지도에 나섰다.
안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전달은 물론 자신이 장애를 극복하고‘홀로 서기’를 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에 나가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고취시키는데 주력했다. 특히 안교사는 청각장애학생들이 다른 장애인들과 달리 정서가 메마르고 인내심이 부족한 것을 체득, 인성·윤리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교육도 빼놓지 않는다.
이때문에 안교사부부가 사는 수원 정자동 집에는 재학생, 졸업생 등 제자들은 물론 인근 농아들까지 찾아와 학업에서부터 이성·직업문제까지 상담하는등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안교사는“새천년에는 장애인이라는 동정보다는 정상인처럼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며“졸업한 제자들이 평범하지만 사회의 한구성원이 돼서 찾아 올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민용기자 my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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