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발표 정치권 세대교체 일파만파 파장

총선시민연대가 24일 ‘공천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함에 따라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구도와 정치권 세대교체에 일파만파의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이번 명단에는 공동정권의 한축을 이뤄온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비롯한 여야 중진 및 실세들이 대거 포함됨으로써 정치권을 뿌리째 뒤흔드는 정계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에 발표되는 명단을 공천에 참작하겠다고 밝혀온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혁을 외면한데 대한 ‘성난 민심’이 기존 정치판의 지형을 근본부터 뒤바꾸는‘공천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번 명단발표가 당초 예상을 초월, 당수뇌부는 물론 중진 및 실세들이 대거 포함된데 대해 “어떻게 되는 거냐”며 갈피를 못잡고 있어 앞으로의 공천과정에 어떻게 반영될 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자민련은 김 명예총재와 박준규 국회의장, 박철언 한영수 김종호 부총재, 김현욱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가 망라된데대해 당혹감을 넘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극도의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도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고문을 비롯해 김봉호 국회부의장, 김상현 권정달 의원과 박상천 원내총무 등 당중진 및 실세가 상당수 포함된데 대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한나라당 역시 김명윤, 김윤환, 김수한, 박관용, 오세응, 이중재 의원 등 당내 중진과 계파 보스들은 물론 이총재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경식, 정형근 의원까지 망라된데 대해 일단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여야는 일단 해당의원들의 반발을 감안, “자체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한 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각 당 지도부가 이미 낙천자 명단의 공천반영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정치권 물갈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와 관련, “크게 보면 대의민주주의가 참여·직접·전자 민주주의로 가는 큰 흐름을 보여준 것으로 이 흐름에 발맞추는 정당과 정치인이 돼야 한다”면서 “공천 등 모든 것이 선거승리 위주로 배려돼야 한다”고 말해 발표된 명단을 공천과정에 적극 반영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정동영 대변인도 “이번 명단발표는 정치권의 개혁실패에 대해 시민사회가 나선 것으로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라면서 “정치권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 대변인은 특히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 학교 등 사사로운 연고에 얽매여 투표하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지양하는 일대 전기로 삼아야 한다”며 공천개혁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명된 의원들이 “초법적인 정치적 살생부”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우선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는데 주력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업고 서서히 공천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자민련은 김 명예총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시민단체의 배후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여서 자칫 이 문제가 ‘2여공조’의 균열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당직자들이 총선시민연대를 민주당의 ‘홍위병’으로 몰아붙이며 민주당과의 연계의혹을 주장하고 나선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태섭 부총재는 “공천부적격자를 심사했다는 밀실인 성공회 사무실은 민주당 이재정 정책위의장의 사무실이 아니냐”며 “우리당 지도부가 다 들어갔는데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왜 빠지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역시 김 명예총재가 포함된데 대해서는 “우리당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며 환영했으나 전체 대상자의 절반에 가까운 30명이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사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당 의원들, 특히 편파보복사정에 의한 피해자들을 이번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번 경실련 명단발표때와 마찬가지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편파사정’을 보호막으로 치고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로 미루어 한나라당은 비주류 보스들을 비롯해 중진들이 대거 포함된데 대해“자칫 공천을 앞두고 당내분란이 증폭, 당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며 일단 이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대여공세에 치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측은 이번 명단발표를 계기로 ‘계파지분을 인정하지않겠다“는 ‘공세적’ 공천전략에 힘을 실어가겠다는 복안이어서 당내반발을 무마해나가는 동시에 공천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도 ”우리당은 시민단체들의 충정이 어디 있는지를 감안해 나름대로 신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공천과정에 선별적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민련은 그러나 당의 실질적 오너인 김종필 명예총재와 주요 당직자들이 대거명단에 포함되자 시민단체의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하는 등 극도의 반발감을 표출하고 있어 이번에 발표된 명단에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아예 총선시민연대의 명단을 무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으나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견해를 깔아뭉갤 수도 없는 처지여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국민들의 개혁요구를 철저히 외면해온 정치권의야합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시민정치운동이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정치권의 공천구도를 유권자들의 손으로 바꾸는 ‘한국판 공천혁명’의 길을 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앞으로 낙선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4.13 총선을 통해 정치권의 얼굴이 크게 바뀌는 세대교체의 바람속에서 총선후 본격적인 정계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들이 적지않다.

/이민봉·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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