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기한 ‘대통령 일가 관련 비리의혹’이란 또 무슨 소린지 잘 알 수 없다. 미국에 유학중인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38) 가족이 무기중개상인 로스앤젤레스 모교포소유의 시가 360만달러(40억원) 호화주택에 살고 있다면서 두 집안간의 커넥션 의혹을 들고 나섰다.
이 교포는 대통령의 일산 저택을 50만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저택구입자금 반입경위와 함께 역시 교포가 경영하는 비너스사와 국방부간의 무기구매 명세 공개를 한나라당은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홍걸씨는 은행에 저당잡히고 구입해 월세 1천500달러씩 갚아나가는 방 3개짜리 집에서 다섯 가족이 산다며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의 허위사실주장에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회창 한나라당총재는 즉각 흑색선전을 중단하라면서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우리는 전혀 상반된 두 주장에 도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은행빚을 내어 산 집에서 정말 살고 있는데도 터무니없는 호화주택 거주설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집은 그대로 있으면서 호화주택에서도 사는 것인지 진실이 궁금하다.
문제의 호화주택은 교포소유로 빌려주었다는 것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심 사기에 충분한 도덕적 흠집을 면할 수 없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청와대측 말대로 전혀 사실무근의 음해를 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응분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4·13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 충격적인 의문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국민앞에 조속히 가릴 책임이 여야 모두에게 있다고 믿는다.
어느쪽의 치명상이 불가피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지만 결코 유야무야할 일이 아니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제기한 무기구입 및 일산 저택 구입자금 반입 경위에 대해서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적절한 관계 당국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또 미국에 유학중이라는 홍걸씨가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도 청와대측이 분명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에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같은 권력의 비리를 거부하는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증거를 대지 못하거나 폭로내용이 허위일 경우,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공당의 신뢰가 크게 추락한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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