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끝자락 청해진에 해상왕국을 건설하여 세계의 바다를 정복한 인물. 이미 천년전에 바다로 진출했던 자랑스런 민족의 선구자 장보고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오는 28·29일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5월12일과 13일엔 안양시문예회관에서 공연된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공연을 마친 극단 현대극장의 ‘해상왕 장보고’(극본 김지일, 연출 김덕남)는 15일과 16일 광주를 시작으로 5월 중순 부산까지 전국 11개 시·도에서 공연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해상왕 장보고(?∼846)는 예기치 못한 자객의 칼에 맞아 숨지며 마지막 통곡과 절규를 유언처럼, 그리고 예언처럼 남긴다. 청해진을 설치해 중국과 일본의 항로를 장악하고 멀리 아랍지역까지 영향력을 떨쳤던 그는 이로써 화려하고 찬란한 비원의 꿈을 접고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장기공연에 힘입어 예술성과 세련미를 고루 갖춰 2시간여 동안 공연장을 감동으로 넘치게 한다. 서울 공연의 경우 매회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백제유민의 한을 품고 살던 그가 청해진을 근거로 크게 활약하다가 조정의 권력암투에 휘말려 숨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장보고는 당나라에 건너가 법화원을 세워 백제유민의 중심지가 되게 했으나 왕권 쇠퇴기의 신라에 도적떼가 들끓어 신라인들이 당나라 노비로 매매되는 현실을 보고 귀국길에 오른다.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그는 해적떼를 소탕해 이 일대 해상권을 장악하며 독특한 형태의 해상왕국을 건설한다.
그러나 서라벌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 그로선 화근이었다. 청해진 세력의 확장을두려워 한 서라벌 귀족들은 자객 염장을 보내 그를 살해함은 물론 청해진을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모처럼 세계로 뻗어가려던 웅비의 꿈을 스스로 꺾고 만 것이다.
이 연극을 보면 인재를 끊임없이 제거해온 암울한 역사가 떠오른다. 만주벌판을 차지하던 고구려가 민족 내부에 의해 멸망하고, 북진정책을 주장하던 고려의 묘청과 조선의 광해군이 비극적 종말을 맞은 것이 그렇다. 근래 들어 김구·여운형 등이 잇따라 암살되고, 정치 인물들이 이후에도 끝없이 수난하는 것도 그와 같은 성격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뮤지컬에서 임동진과 임승대는 묵직한 음성으로 장보고 역을 연기해내고, 김성원은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군 이사고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또 장보고의 사랑과 민족의 수난을 상징하는 버들아기 역에는 우상민이 맡았다. 이밖에 40여명에 이르는 현대극장 단원들은 법화원 예불과 청해진 건설 등을 춤과 노래로써 표현해냈다.
현대 음악과 함께 제례, 법화원 예불, 진군가, 청해진 건설 등에서는 우리 고유의 민속 놀이가 응용되면서 화려하게 펼쳐질 춤과 노래는 우리 문화의 위대성과 함께 민족적 자부와 긍지를 느끼게 할 뮤지컬로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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