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끈끈한 삶 그린 장편소설

‘어떤 존재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맺고 있을 때이다’

이문열씨가 페미니즘 논쟁을 일으켰던 ‘선택’이후 3년만에 새 장편소설 ‘아가(雅歌)’를 내놓았다.(민음사 펴냄)

이 작품은 소아마비로 인해 신체적인 능력은 물론 지능도 떨어지는 ‘당편’이라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파헤쳐 나간다.

이씨는 오늘날의 공동체는 ‘양파’와 비슷한 조직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이 어떤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파처럼 한꺼풀씩 벗기다 보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부모의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당편이는 어느날 한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인 녹동댁 대문에 버려진다. 그녀의 지능은 예닐 곱 살 난 아이에 불과하고 구루병 증상으로 인해 몰골도 기괴한 여인이다.

녹동댁의 다른 식솔들은 당편이를 경계하며 쫓아내려 하지만 이 집의 최고 어른인 녹동어른만은 그녀를 사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당편이는 심신 장애자로 떠돌던 삶을 벗어나 한 명의 사람으로 공동체안으로 편입된다.

작가는 당편이가 공동체에 편입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와는 달리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던 우리네 옛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가’는 또 성적인 능력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당편이의 모습에서 현대 여성과 옛날 여성의 차이점을 비교한다.

과거의 여성들은 생산성 보다는 출산의 능력이 중요하게 여겼지만 오늘날의 여성들은 생산성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씨는 “고향의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번 작품은 추상적인 관계 맺기에 그치고 있는 오늘날의 공동체가 개개인에게 과연 제대로 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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