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쇼

지난 3월 31일 일부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파주산 육류 시식회’가 여의도 국회안 ‘의원동산’에서 있었다.

지금 전국적으로 축산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는 구제역에 대한 일반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헌신적(?)인 행사였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환경부장관을 비롯, 농림부·축산업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시식회에서 먹은 돼지고기·쇠고기는 당연히 구제역이 발생한 파주산 고기인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참석자들이 실제로 먹은 고기는 파주산이 아니고 농림부 산하기관인 한냉·양돈협회가 제공한 고기라는 것이다.

시식회에서 상당수 참석자가 안먹으려고 하자 주최측이 ‘이건 파주산이 아니라 한냉에서 사온 고기라 안전하다’고 말하자 50㎏을 구워 먹고, 남은 20㎏은 참석자들이 싸갔다고 한다.

며칠 뒤 이 저질 쇼가 탄로나자 국회농림해양수산위원장측은 행사준비를 맡았던 한냉·양돈협회가 31일부터 파주의 질병 발생 반경 20㎞ 이내의 육류 반출이 일절 금지되자 다른 곳에서 고기를 가져온 것으로 안다고 변명했다. 농림부측도 이 때문에 행사 이름을 ‘우리 축산물 시식회’로 바꿨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농림부 한 관계자는 당시 행사에 사용된 고기는 모두 한냉에서 갖고 온 것이라고 밝혔다.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고기가 인체에 전혀 해로움이 없다는 것은 이미 확실히 밝혀졌다. 차라리 ‘파주산 육류 시식회’를 열지나 말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한복 입고 누드 쇼를 했다고 우기는 것 같은 정말 치사한 쇼가 아닐 수 없다. 당국의 매사가 이러하니 정부가 하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시식회의 음식도 가짜가 있으니 정말 믿지 못할

세상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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