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정계개편

4·13 총선은 1당을 지킨 한나라당의 승리이긴 하다. 공천에 반발한 이탈세력의 몰락은 이회창총재의 친정강화를 추인해주었다. 그러면서 김대중정권의 중간평가에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나 부정적 평가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것은 과반수의석을 차지하는 완전승리엔 한나라당 역시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더 반성해야 한다. 수도권의 예상밖 약진에도 불구하고 안정의석은 커녕 1당의 자리마저 갖기가 역부족이었다. 관권선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정부부처마다 쏟아낸 각종 장밋빛시책의 홍보홍수에 이어 막판에는 비장의 카드라 할 남북정상회담까지 끌어댔다.

그러고도 의석수에서 졌을뿐만 아니라 득표율로도 야당에 비해 39.0%대 35.9%로 졌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지난 대통령선거때보다 골깊은 영호남의 지역감정구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 일색의 극단적 동서양분현상은 실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라를 이꼴로 만든 책임이 김대중대통령에게 없다할 수 없다.

이런가운데 그런대로 지역구도를 타파한 충청도는 자민련에 원내교섭단체구성이 어려울만큼 타격을 안겨주어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내 273석 가운데 한나라당 133석, 민주당 115석으로 모두 과반수 137석에 미달하는 입장이어서 17석을 가진 자민련의 향배가 주목되지 않을수 없다. 또 이번 총선이 보여준 군소정당의 함몰 또한 정계개편 촉진의 요인이 된다. 한나라당의 공천 이탈세력인 민국당은 겨우 2석에

그쳐 그야말로 찻잔속에 태풍이라할까, 총선1회용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국신당 역시 독불장군으로 겨우 1석에 머물렀다. 무소속 5명중 호남지역 당선자 4명은 민주당입당이 확실해 순수 무소속은 1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한나라, 민주 양대 보수정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어떻게 이루어질것인가 하는 것은 정치권의 소관이긴 하나 빼내기식이 돼서는 안된다. 아울러 이 기회에 군소정당, 급조정당은 국민에게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진보세력이 아닌 보수정당끼리는 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22명의 후보를 낸 선전에도 불구하고 원내진입에 실패하긴 했지만 진보세력이 아닌 제3의

보수정당은 의미가 없다.

4·13 총선 구도는 양대보수정당체제 확립의 정계개편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동서화합은 뒤에 따로 언급하겠지만 우선 시급한 것은 정부여당이 명실상부한 탕평책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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