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휴 스님이 쓴 '고승들의 임종'

생(生)을 마감하는 일을 두고 개신교에서는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고 하여 소천(召天)이라 하고 천주교에서는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둔다는 뜻으로 선종(善終)이라 한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일컫는 말이 많아 입적(入寂), 원적(圓寂), 해탈(解脫), 열반(涅槃), 입멸(入滅), 적멸(寂滅), 귀진(歸眞) 등을 쓰는데 모두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다.

세속 사람들은 죽었을 때 이승을 하직한다고 하지만 불가에서는 죽음과 함께 ‘거짓된 나(가아·假我)’인 육신을 버리고 법신(法身)으로 태어남으로써 ‘참된 나(진아·眞我)’로 돌아간다고 여긴다.

이같은 믿음에 따라 역대 고승들은 죽음을 기쁘게 맞는 것은 물론 육신을 남김없이 불에 태워버린다. 어떤 이는 몸뚱이를 수장(水葬)시켜 물고기 밥이 되게 하거나 들판에 내던져 짐승과 벌레에게 보시(布施)하기도 했다.

선기(禪氣) 발랄한 필치로 현대불교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휴(正休·56) 스님은 고승들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깨달음의 의미를 설파한 수상집 ‘적멸의 즐거움’(우리출판사 간)을 펴냈다.

조선조 부휴(浮休)선사의 임종게(臨終偈)를 보면 선객(禪客)들이 죽음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칠십 년 꿈과 같은 바다에 놀다가(七十餘年遊幻海)/오늘 이 몸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네(今朝脫却返初源)/원래 본성에 걸림이 없으니(廓然空寂本無物)/어찌 깨달음과 나고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何有菩提生死根)’

60년 장좌불와(長坐不臥) 끝에 앉은 채로 눈을 감은 도신(道信), 뜰을 거닐다 나뭇가지를 잡고 임종한 승찬(僧璨), 앉거나 서서 돌아가신 스님들이 누구냐고 물은 뒤 물구나무를 서서 입적한 등은봉(鄧隱峰), 임제(臨濟)에게 관(棺)을 선물받고는 덩싱덩실 춤을 추었다는 보화(普化), 스스로 장작더미 위로 올라가 소신공양(燒身供養)한 경통(景通) 등도 드라마틱하게 죽음을 맞으며 후학과 대중들에게 육신에 대한집착을 버릴

것을 웅변하고 있다.

정휴 스님은 이 책에서 ‘전등록(傳燈錄)’이 전하는 역대 고승들과 경허(鏡虛)·만공(滿空)·효봉(曉峰)·경봉(鏡峰)·성철(性徹)·월산(月山)·일타(日陀) 등 근-현대 선승들의 입적 일화와 임종게 등을 소개해놓았다.

그는 서문 마지막 말을 통해 “육신을 버리는 자유가 이처럼 아름다운 감동이 되고 열반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독자와 함께 누렸으면 한다”면서 “매장을 고집하고 화장을 주저하고 있는 분들에게 반드시 이 책을 전하고 싶다”고 당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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