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지난 2일 김영배 민주당 상임고문이 김대중 대통령의 역대 보좌진 모임인 인동회(忍冬會)의 모임에서 ‘피바람’을 일으켰다.
인동회의 4·13총선 당선자 축하 오찬에서 김 고문은 당선자 대표 답사 말미에서 “김 대통령이 자신의 임무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완수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권의 창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시절 보좌진 출신들이 모인 인동회 회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충성스러운 발언이다. 그러나 “자칫(정권재창출) 실패하면 이 나라에는 엄청난 피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모임에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옥두 민주당 사무총장을 비롯, 4·13총선에서 살아난 20명의 당선자와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었다.
‘피바람’은 국어사전에는 아직 없지만, 온통 피가 낭자한 곳을 형용하여 일컫는 ‘피바다’와 비슷한 말이다. 그러니까 김 고문은 민주당에 소속된 인물이 DJ에 이어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피바다에 빠져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차기정권을 잡지 못하면 ‘정치보복’을 당할지 모르니 합심하자는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 고문은 발언 후 말썽이 나자 ‘별다른 정치적 의미없이 차기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한 얘기’라면서 발언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고문은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설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석연치가 못하다. 속된 말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미친 척’하고 총대를 멘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김성재 청와대수석이 “다수(영남)의 단결은 불의이고 소수(호남)의 단결은 정의”라고 하더니 이번엔 민주당 총재대행까지 지낸 사람이 ‘피바람’을 몰고 왔다. 추종자들이 무얼 믿고 큰소리 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이래 저래 DJ는 골치 아프겠다./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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