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없는 전염병 대책세워야

최근 2∼3년전부터 각종 전염병이 계절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기후와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정화작용이 사라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방역당국이 당연히 사전 대비책을 세워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사후에 허둥대는 것은 뒷북행정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경기도내에는 작년에 이어 벌써 크고 작은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갖가지 전염병이 심상찮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 봄에는 다른 어느해 보다 짙은 황사현상이 잦았고 긴 가뭄과 함께 최근엔 한낮의 이상고온 등 요인으로 각종 전염병의 만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같은 우려는 벌써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제1종 전염병인 장티푸스 환자가 올 3월까지 10명이 발생,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명이 늘었고, 작년 11명이던 말라리아 환자도 12명으로 늘었다. 또 가을철 전염병인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7명, 쯔즈가무시병 환자는 2명이 발생했다. 특히 가을에 발병하는 유행성이하선염 환자는 작년에 2명뿐이었으나 올해는 4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세균성 이질 감염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작년 3월말까지 21명이던 세균성 이질환자가 올해는 용인 여주 등 9개 시군에서 이미 76명의 환자가 발생, 작년보다 3.6배나 늘었다. 여름철 집단질병과 전염병은 주로 서민층이 피해자란 점에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중요하다.

며칠전 보건당국이 경기 인천 등 13곳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했지만, 그외의 계절파괴 전염병에 대한 당국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다. 때없이 발생하는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전천후 방역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전염병의 신고·보고체계의 보완·강화도 필요하다. 법정 전염병의 경우 가족 의사 모두 쉬쉬하기 일쑤여서 제대로 신고되는 것은 절반도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국은 때 이르게 찾아온 각종 전염병이 더 번지기 전에 종합방역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저 분무소독이나 하는 형식적 방역에 그칠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방역사업을 벌여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한 후에야 겨우 서두르는 식의 뒷북치기 방역으로는 국민건강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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