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

시흥시 하중동에 있는 ‘관곡지(官谷池)’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꽃(蓮花)시험 재배지로 유명한 연못이다.

200평 남짓한 이 관곡지는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강희맹선생(姜希孟·1424∼1483) 이 세조 9년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연꽃씨를 채취해 처음으로 심었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도 연꽃이 자라고 있다.

이 관곡지는 시흥이 군(郡)시절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했었는데 이 문화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하중동과 하상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시흥시가 이곳에 길이 1.3㎞의 왕복 2차로 도로를 개설하기 때문이다.

이미 도시계획 시설 결정에다 토지 보상까지 마쳤다고 한다.

이렇게 도로가 관곡지 바로 옆을 지나가게 되자 주민들과 YMCA,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앞으로 관곡지 옆을 통과하는 차량이 유발하는 진동이나 대기오염 등으로 연꽃의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관곡일대 문화유산 보호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이들은 500년된 연꽃연못을 없애겠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시흥시에 우회도로 개설을 촉구한 것이다.

시흥시는 우회도로를 개설할 경우 50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데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백제 위례성지 풍납토성 유적이 우여곡절 끝에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나긴 했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을 함부로 매몰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200평 정도의 연못 하나 쯤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곡지 일대에는 강희맹선생의 묘소, 신도비 등 문화유적이 산재한 지역이다. 관곡지 보존은 말할 것도 없고 관곡지 일대의 지표와 학술조사도 곧바로 실시해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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