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의 故事

범여는 월(越)나라 왕 구천의 충신이다. 춘추전국시대 동상이몽의 오월동주(吳越同舟)끝에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크게 패한 구천은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채 도망쳤다. 범여는 와신상담 설욕을 노리는 구천을 무려 17년동안 도와 마침내 오나라를 항복시켰다. 그 세력이 회하유역까지 뻗쳐 구천은 패왕을 자처했다.

범여는 마땅히 대장군에 올랐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왕이 곤궁에 처했을때는 자기가 필요 했지만 승승장구한 형세에서는 자신이 후환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諸)나라로 간 범여는 변성명하고 산업을 크게 일으켜 부호가 됐다. 이소문을 들은 왕이 그를 불러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얼마후 더이상 부귀 영화를 누리는것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보고 벼슬을 그만 두었다. 모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는 이번엔 도(陶)나라로 갔다. 그곳에서는 장사를 하며 여생을 편히 마쳤다. 더이상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덧없음을 알고 몸을 낮춰 은둔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를 가리킨 도주공(陶朱公)이라는 별명은 훗날 속편한 부자의 대명사가 됐다.

범여의 얘기는 권력의 속성에 따른 처신을 일깨우는 고사(故事)로 전한다. 원(元)나라때 편찬된 중국의 저명한 역사책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공석중인 총리 지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수는 있지만 정가주변에서 거목(巨木)을 발견할수 없는 것이 어쩐지 허전하다. 새삼 범여의 고사가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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