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요즘 대다수의 ‘정치인의 말’을 두고 하는 소리다. 강(江)도 없는데 주민들을 위해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말도 있다. 식언(食言)을 밥 먹듯 하기 때문이다. ‘식언’은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 처럼 꾸미어 하는 말인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식언과 거짓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아주 잘 한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남 몰래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서울에 있는 양 ‘서울사수’ 방송을 내보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5·16 쿠데타 후 수 차례 ‘민정이양’을 공약했으나 이양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당시 임기 2년 후 중간평가를 공약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989년 “3당 합당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듬해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공약으로 “쌀 개방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2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현재 대통령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한동 자민련 총재는 지난 2월 4·13 선거전이 한창일 때 DJP 공조파기와 자민련의 야당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한동 총재는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 22일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끈은 끊으려해도 안되는 숙명적인 것이었으며, 결국 공조로 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들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정치인들의 식언과 거짓말은 알아 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치판은 요지경 속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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