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구분판매제, 지속해야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우리나라의 ‘쇠고기 구분판매제’와 소 수매보조금의 지급에 대해 ‘농업협정’ 위반이라는 잠정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의 쇠고기 전문매장 운영은 수입 쇠고기가 마치 품질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며 미국과 호주가 지난해 WTO에 잇따라 제소한 결과다. 그러나 쇠고기 구분판매제는 우리가 유통업자의 부당이득을 막아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공정한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한 내정간섭이다.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될 경우 무엇보다 수입 쇠고기의 한우고기 둔갑판매가 성행할 것이다. 그동안 한우고기는 한우 전문점과 일반 정육점에서, 수입육은 수입 쇠고기 전문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둔갑판매를 차단해왔다. 그런데도 수입육을 한우고기로 속여 파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구분판매제마저 폐지된다면 유통단계에서 분명히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특히 쇠고기가 대량 수입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루인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된다면 사육규모가 매우 영세한 40만 한우농가들의 생존권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에 우리는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 앞으로 쇠고기 유통은 판매창구의 구분이라는 도식적 방법에서 탈피해 유통단계별로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수입육과 한우고기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하기 바란다. 또 소매단계에서 원산지 표시제는 물론 부위별·등급별 판매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해 내년에 쇠고기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육질이 좋은 냉장육의 수입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고 있는 바 WTO의 잠정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추진돼온 한우 고급육 브랜드화, 냉장육 유통시스템 확대 등 쇠고기 유통정책 전반에 걸친 대책을 세워 구분판매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이와 같은 정책수립은 물론 먼저 미국과 호주로 하여금 쇠고기 구분판매제에 대한 WTO 제소를 즉각 철회토록 하는 한편 WTO분쟁조정기구에도 소수 강대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각국의 특수성과 상대성을 고려해 객관적 판단을 내리도록 촉구해야 한다. 미국과 호주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내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위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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