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 위치한 만해기념관

우리 민족의 치열했던 역사가 생생히 살아숨쉬는 곳, 민족자존과 호국정신의 성지 남한산성. 그 안에 만해 한용운의 민족 혼과 독립사상, 종교자적인 삶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만해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관장인 전보삼교수(52·신구대학)에게 있어 독립운동가이자 불교 대사상가인 만해 한용운선생은 평생을 두고 모시는 삶의 기둥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지난 98년 5월 사재를 털어 건립계획 7년만에 만해기념관의 문을 열었다.

“호국정신이 깃든 성지에 독립운동과 불교발전에 한몸을 바친 만해의 정신을 기리게 되면 더욱 뜻이 깊어질 것 같았습니다”

평생 만해사상을 연구해온 전보삼 관장은 집까지 팔아가며 어렵사리 산성마을내에 만해기념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만해기념관에 들어서면 ‘님의 침묵’중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시비(詩碑)가 눈에 들어오고 계단 입구 옆에는 만해의 흉상이 자리잡고 있다.

연건평 120평의 전통한옥 2층 건물중 60평 남짓한 1층 전시실에는 일제 강점기동안 금서였던 ‘음빙실문집’‘영환지략’‘월남망국사’ 등 만해가 평소에 즐겨 보았던 수택본들과 116종의 ‘님의 침묵’ 판본을 비롯, 미국·영국·프랑스·체코 등 세계각국의 언어로 출간된 번역본, 만해가 생전에 펴낸 ‘조선불교유신론’‘정선강의 채근담’ 등의 초간본이 놓여

있다.

특히 ‘독립은 민족의 자존심’‘맹렬한 독립론’을 전개한 만해의 옥중투쟁을 보여주는 당시의 신문자료와 62년 정부가 추서한 대한민국 건국공로 최고훈장인 대한민국장도 전시돼 있다.

이 귀중한 자료들은 어느 하나 손쉽게 얻어진 것이 없다. 만해와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천리길도 마다않고 한걸음에 달려가 찾아낸 전교수의 노력의 산물들이다.

특히 26년 발간돼 하나밖에 없는 ‘님의침묵’ 초간본은 수소문한 지 15년만에, 그 것도 비싼 값을 치르고 구할 정도로 만해와 관련된 흔적을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이제는 1년에 20여만명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제법 알려져 주말이면 방문객들의 발길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기념관의 전화번호인 0342-744-3100에서 조차도 전교수가 만해를 기리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개관 당시의 국번인 44국은 만해가 사망한 해이자 해방 한해 전으로 우리민족이 가장 핍박받던 시기임을 잊지말자는 의미이며 3100은 3·1 독립운동을 뜻한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물질적 가치가 중심이 돼 버린 사회에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흐흡하는 기념관으로 꾸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현상기자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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