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 소설 "남과북" 다시 발간

작가 홍성원씨가 장편소설 ‘남과 북’(전 6권, 문학과 지성사)을 개작, 보완해 원고지 1만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다시 펴냈다. 또 전자북(E-Book)도 함께 나왔다.

‘북한’은 ‘북괴’, ‘인민군’은 ‘괴뢰군’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70년대 전반, 5년 2개월 동안‘세대’지에 ‘남과 북’을 연재했다가 북한에서 ‘반공작가 1호’로 지목됐다는 그에게 한국 전쟁의 복원은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작가 스스로도 당시 작품의 불공정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1년 간 그는 묵은 문장들을 손질하고 냉전 시대의 사나운 표현들을 교체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북한쪽 주인공 한 명을 더 등장시켰다. 물론 그 주인공은 사납고 무서운 북한 사람이 아니라 ‘꿈을 잃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자’로 나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소설의 십 분의 일만이라도 젊은 세대들이 읽어주길’작가는 희망한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세대 간의 소외감 해소, 즉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를 좀더 가까이 이해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이 소설은 1950년 4월부터 1953년 9월까지 한국 전쟁 발발 직전부터 휴전 성립 직후까지 3년 반이라는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군, 인민군, 미군, 중공군 등 저마다 다른 국적의 군인들이 나온다. 또 한국기자, 미군 기자, 학자, 상인, 지주, 의사, 양공주, 전쟁 고아, 건달 등 30여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온갖 계층의 사람들이 한국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그렸다.

“영웅도 없고 승자도 없이 오직 패자만을 다량으로 생산한 이 전쟁은 그 패자들의 눈을 통해 황량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파악된 한국 전쟁의 전체 모습을 통해서만 우리는 비로소 6·25라는 고통스런 망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종전일을 기념하는 것과 달리, 전쟁이 발발한 날을 기념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6·25 는 아직도 시작됐지만 끝나지 않은 전쟁일까.

작가 홍성원에게 이 소설은 6·25를 온전히 다 드러냄으로써 그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졸업논문’인 셈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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