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곡

가수 이미자의 히트송 ‘동백아가씨’가 한때 금지곡이 된 까닭은 왜색이란 이유때문이었다. 음계와 리듬으로 치자면 모든 트롯 곡들이 왜색임에도 유독 ‘동백아가씨’만 금지곡이 된 이유는 당시 정부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로 폭발한 반일감정을 다스리는데 ‘왜색가요 금지’라는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연관된 금지곡 중 비슷한 사례는 ‘독도는 우리 땅’이다.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이 한창 인기를 모았던 1983년 느닷없이 방송금지가 됐다. 이 곡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일본을 방문하게 되자 반일감정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당했던 것이다.

1970, 1980년대의 상징적인 금지곡이 ‘아침이슬’이었다면 1990년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라는 가사가 문제됐었다. 이 곡의 방송금지는 ‘사전심의 철폐운동’의 상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단정한 이미지의 가수 이현우의 신곡 ‘정육점’이 청량리 사창가의 모습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방송금지곡으로 묶였고, 직설화법으로 언론과 경찰을 비판한 그룹 DJ DOC의 ‘라이(LIE)’와 ‘포졸이’가 문제곡으로 떠올랐다. 지난 2년반동안 음주, 폭행사건 등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DJ DOC의 ‘자전적인 노래’라고 하는 ‘라이’는 언론비판을 담았고, ‘포졸이’는 경찰을 포졸이, 씨방새, 짭새로 비유하며 경찰에 대한 억하심정을 표현했다.

그런데 요즘은 북한가요 ‘반갑습니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노래는 1년전부터 금강산 관광객을 중심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금강산 유람선이 정박하는 북한 고성항에서 북한 땅을 처음 밟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것이 이 노래다. 북한가요가 금지되지 않고 남한에서 애창되는 현실이 반갑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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