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옥 벽 주제 조성락씨 작품전

평택 토박이 죽리(竹里) 조성락씨의 다섯번째 작품전이 28일부터 7월4일까지 서울의 덕원미술관에서, 이어 7월6일부터 10일까지 평택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6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동안 주로 그려왔던 동식물같은 생물을 주제로 한 화조화의 자연성과 서정성을 접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죽리의 새로운 작품은 전통가옥의 퇴락한 ‘벽’을 클로즈업시킨 그림.

이 ‘벽’그림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하나는 실경묘사에 충실한 벽이고, 또 하나는 실경묘사에 충실하되 그림자가 드리워진 벽이다.

‘벽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벽은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우리를 대한다. 우주의 음양의 원리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벽은 새로운 내세를 준비하며 쉬지않고 알 수 없는 낙서를 하고있다. 그 자연의 문양을 영원한 숙제로 생각하고, 그리고 또 그리고 있다.’-작가의 글 중에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벽 그림은 물론 ‘벽+그림자’를 통해 4차원의 세계를 가시화하고자 했다. 즉 눈에 보이는 형상인 벽과 그림자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조형하는데 작업의 무게를 둔 것이다.

이처럼 그의 벽 그림은 사실적인 묘사와 그림자 포착으로 대자연의 섭리뿐만 아니라 생의 비의(秘意)를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벽’그림의 특징은 퇴락한 벽의 초상을 화면에 꽉차게 그리는 등 동양화에서 중시하는 여백이 부재한다는 점이다. 물론 벗겨지지 않은 백회칠 부분의 하얀 바탕색이나 때때로 그림의 가장자리를 흐릿하게 처리해 작품의 답답함을 덜어내고 있지만 대체로 작품에는 여백이 없다.

이에 대해 죽리는 “작품은 작가의 의도에 의한 것이기에 동양화라고 해서 굳이 여백을 금과옥조처럼 신봉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벽의 상징적인 의미를 반추하게 함으로써 그 자체로 여백의 효과를 내는가 하면 그림자가 연출하는 이미지 역시 여백의 효과를 조성한다. 따라서 죽리의 작품은 여백의 부재를 넉넉한 사유의 여백을 조성하는 미덕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향리인 평택에 둥지를 틀고 지역미술 발전에 앞장서온 죽리 조성락씨는 목화, 고추밭, 벽 등 소외된 자연물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포착하는가 하면 자연과 인간의 불이(不二)의 관계를 이룬, 건강한 자연성의 회복과 벽문양의 탐구를 통해 비가시적인 자연의 비의를 묵묵히 천착해 오고 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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