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서남아시아 사람들은 맨손으로 밥을 쥐어 먹는다. 아프리카인들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인류문화학계는 전세계에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구가 40%, 포크로 먹는 인구가 30%, 젓가락을 사용하는 인구가 30%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포크를 사용하는 유럽인들도 중세시절에는 맨손으로 먹었다.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가 너무 급하게 음식을 먹다가 종종 손가락을 깨물었다는 기록은 포크가 아닌 손가락으로 집어먹었던 것을 알수 있다. 10세기 동로마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왕궁 식탁에 처음 등장한 포크가 16세기에 이탈리아 상류사회로 건너가 전 유럽지역에 비로소 보편화된 것은 18세기 들어서였다.

우리는 젓가락과 함께 숟가락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나 일본도 숟가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크게 쓰진 않는다. 우리의 음식에서 숟가락이 널리 쓰이는 것은 중국과 일본엔 없는 탕문화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맨손이든 포크든 젓가락이든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손으로 먹되, 먹기전에 그 손으로 일을 하고 먹으라’는 조물주의 섭리일지 모른다.

다만 동물중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짐승으로 원숭이를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원숭이의 손은 손이 아니고 앞발이라는 동물학적 견해가 없지 않다. 어떻든 동물 가운데 일을 않고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원숭이 뿐이다. 인간도 일을 않고 밥을 먹는 사람은 원숭이와 크게 다를바 없다. 원숭이같은 인간들이 많지 않은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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