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옛날 김개인(金蓋仁)이란 사람이 어느 날 외출을 하였는데 기르던 개도 뒤따랐다. 주인(김개인)은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하여 길가에서 잠이 들었다. 때마침 들판에 불이나 번지고 있었다. 개는 곧 냇물에서 수차례 몸을 적셔 주인을 불길로부터 구하긴 했으나 불이 꺼졌을 때는 기운이 다해 그만 죽고 말았다. 주인은 개를 장사지낸 뒤 지팡이를 꽂아 무덤을 표시했다. 뒷날 이 지팡이가 나무로 자라나 이 고장을 오수(獒樹)라고 했다.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의견(義犬) 이야기다. 아이로니컬한 일은 매년 ‘의견제’를 열어 주인을 구한 개의 넋을 위로하고 있는 이곳에도 보신탕집이 성업중이라는 사실이다. 다행히 ‘의견제’가 열리는 날만은 문을 닫는다고 한다.

‘개고기를 계속 끓이면 중도 제대로 앉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개고기 냄새가 그토록 유혹적이라는 얘기이겠다.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젊은 시절에 개고기 장사를 하는 번쾌를 찾아가서 돈도 내지 않고 개고기를 먹곤 했다. 친구 덕분에 개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체력이 좋아진 유방은 항우(項羽)를 무찌르고 한을 건국, 역사상 최초의 평민 황제가 되었다. 개고기를 상식한 게 천하를 얻는데 확실히 기초체력, 보신이 됐다는 것이다.

개고기 예찬론자들은 개고기를 최상의 정력제로 믿고 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거나 콜레스테롤이 끼지 않으며, 여름철 허(虛)해진 체력을 북돋워 준다고들 한다.

그러나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개고기가 “정력증강이나 보신 효과를 내는 성분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앙병원 영양사 강은희씨도 “개고기도 많이 먹으면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동물애호협회에서 보신탕을 그토록 반대하여도 개고기는 여전히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이란 이름으로 잘 팔리고 있다. 김개인을 살린 의견이 지하에서 눈물짓고 있겠다.

복중의 견공(犬公)들만 불쌍하게 됐다.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