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벽화

벽화는 후기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덤의 벽화는 이집트 고왕조시대(서기 전 2000년대)에서 시작돼 에트루리아의 고분벽화를 거쳐 중세 기독교도들의 카타콤으로 계속되고 있다.

궁전이나 신전의 벽화로는 이집트의 고왕조시대 유적인 히에라콘폴리스벽화와 크레타섬의 미노아왕조 궁전벽화(서기 전 1800∼1400년경) 등이 유명하고, 폼페이유적의 건물벽화들은 로마시대의 일반벽화의 유행을 보여주고 있다. 동양에서는 인도의 아잔타석굴 벽화가 가장 오래되었다. 중국의 벽화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돈황(敦煌)의 석굴사원 내의 벽화다.

우리나라의 벽화는 모두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건물벽화는 사찰벽화가 조선시대까지 계속됐고 고분벽화는 고구려시대에 크게 유행하여 그 여맥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고구려 고분벽화중 ‘주인도’, ‘수렵도’ ‘환문도’ ‘현무도’ ‘청룡도’를 비롯 ‘비운연화도’ ‘주악천녀도’ ‘십지지신상’ 등이 유명하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가 시스타나예배당에 그린 ‘천지창조’등과 같이 교회나 성당에 그린 벽화들도 많지만 감옥에 그린 벽화는 없었다. 그런데 한국인이 최초로 감옥의 벽화를 그렸다. 하루 여섯시간씩 한달 남짓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원구치소내 여자사동 복도 500m 벽면과 실내운동장 10m벽에 벽화를 완성한 수채화가 이은지화백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27개의 남자사동에도 1년 이상 벽화를 그려야 하는데 물감 구입할 돈이 없어 지금은 쉬고 있다고 한다.

수원구치소 재소자들도 벽화를 그리는 이화백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재소자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벽화를 그린다는 이 화백에게 당국이 물감을 제공하면 될텐데, 참 안타깝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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