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전선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베트남전의 특징이다. 적인지 양민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상대는 베트공(월남인민해방전선)이었다. 군복차림이 아니다. 평상복에 편제(군)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마을의 주민들이 갑자기 짚단더미 등에 숨겼던 총을 꺼내어 쏘아대곤 했다. 길가던 집단 행상의 과일더미 같은데서도 총을 꺼내어 전투를 벌이곤 했던 것이 베트공이다.

전투원인지 비전투원인지를 가릴 수 없었던 베트남전은 그래서 ‘지옥의 전쟁’ ‘악마의 전쟁’으로 불리웠다. 비전투원으로 알고 무심히 보았다가 전투원으로 둔갑한 베트공들에게 수없이 당했다. 파월장병들의 희생이 컸다.

이러다보니 영 의심스러워 보이는 사람은 사살하는 예가 더러 있었다. 죽지않기 위해서는 먼저 죽여야 했던 것이다. 이 바람에 억울하게 죽은 양민도 전혀 없진 않았을 것이다.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정부 패망과 함께 하노이정부의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으로 통일된지 25년이 됐다.

근래 국군의 베트남전 양민학살설이 이따금씩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물론 양민이 학살당했다면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전쟁실상이 외면된 감상적 발상으로 사선을 넘나든 파월장병들의 긍지를 손상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전시의 전쟁터를 평시의 시각과 잣대로 보는것 부터가 판단의 균형상실이다.

마치 대단한 인도주의 정신인 것처럼 양민학살설을 말하는 이들에게 양민위장의 베트공에게 당한 국군의 희생에 대해선 뭐라고 말할 것인지 묻는다. 하기좋은 말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베트남전의 특성을 알고 말을 해도 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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