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분단의 벽 넘어 스포츠역사 다시 쓰자

○…지난 6월 분단 55년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간의 문화체육 교류가 그 어느 때 보다 급류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각 국가간의 이념이나 정치적인 갈등속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적은 문화예술 및 스포츠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고 남북 양측의 해빙무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 정상회담후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본보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남북 문화예술 및 스포츠 교류와 앞으로의 전망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90년대 남북 체육교류 현황

1964년 동경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 1963년 1월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첫 남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 체육교류는 90년 북경아시안게임 직후 남북 축구대표팀이 평양과 서울을 상호 방문해 ‘통일축구대회’를 치름으로써 첫 물꼬를 텃다.

당시 관중들은 남과 북의 구별없이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칠 때마다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고,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유니폼을 바꿔 입는 등 진한 동포애를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남북은 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첫 단일팀을 출전시켜 단체전에서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고 우승함으로써 ‘코르비용컵’을 품에 안았으며, 같은 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역시 단일팀(코리아)으로 참가해 8강에 올라 남북의 하나된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0년대초의 이같은 활발한 남북 체육교류는 더이상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있다가 지난해와 올해 민간 기업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 현대 아산이 남북 농구교류전을 성사시켜 새 천년 활발한 남북 체육교류의 서곡을 울렸다.

◇남북 정상회담과 체육교류

남북 체육교류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분야의 남북교류를 천명한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한민족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뽐내며 아울러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데 스포츠가 단초를 제공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부상하게 됐다.

특히 김 대통령을 수행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북측 실무자들과 만나 세부 사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전해져 기대를 높여 주고 있다.

탁구 단일팀 구성과 통일축구 및 통일농구대회 등 그동안의 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새천년 통일의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불과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의 동시 입장으로 본격적인 남북 체육교류의 서막을 전세계에 알리게 된다.

56년 역시 같은 호주 멜버른 올릭픽에서 당시 동·서독으로 갈라져 있던 독일이 나란히 입장한 뒤 34년만에 통일을 이룬 전례를 볼때 올림픽 동시 입장은 단순한 체육 교류를 넘어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급류탄 체육교류 청사진

남북 정상회담으로 급류를 타기 시작한 체육교류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남북 분산 개최와 단일팀 출전도 현실화돼 성사가 될 경우 세계 스포츠 ‘2대 빅 이벤트’에서 민족 화합의지를 과시할 수 있게 된다.

IOC와 FIFA 내부에서도 유일한 분단국의 교류를 적극 지원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변이 없는 한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남북이 확실하게 손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또 90년 통일축구로 부활했던 경평(京平) 축구도 10년만에 재개되고 현대 아산의 주도로 열리던 통일농구대회도 남북 국가대표간 정기전으로 승격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올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컵유도대회의 북한 참가 유도,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아르헨티나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단일팀 구성, 광복절 또는 추석(9월12일)을 맞아 추진되고 있는 남북 씨름대회 등 물밑 교섭중인 수 많은 교류 방안들이 현실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단일팀 구성 및 백두산 성화채화, 개마고원 남북 마라톤선수 합동훈련 및 역전마라톤대회 추진을 비롯, 남북 사이클역전경주대회 개최 등 모처럼의 남북 화해무드에 발맞춰 각 종목별로 활발한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교류과정에서 만나는 남북 체육 인사들과 관계자들 또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만들 것으로 보여 남북 체육교류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지 않게 됐다.

정치적 문제로 종전까지 폐쇄적이었던 북한 체육관계자들도 성공적으로 끝난 남북 정 회담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 분명해 남북 체육교류는 때아닌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갈피를 잡기 힘들 만큼 급류를 타고 있는 남북 체육교류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한가지씩 일을 성사시켜 나가는 행보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제기 되고있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매어 쓸 수 없다’는 속담처럼 충분한 대화와 준비를 통한 점진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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