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오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중·후반기의 국정구상을 폭넓게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25일로 임기 절반을 마무리 하게 되며, 분단 55년만의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맞는 광복절 기념사라는 점에서 이번 경축사는 남은 임기 2년반 동안의 국정 청사진을 펼쳐 보이는 ‘제2의 취임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10일 “김 대통령은 새천년의 첫 광복절을 맞아국가와 민족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주 초부터 직접 연설문을 쓰고 있다”면서 “이번 연설에서는 21세기 우리 민족의 좌표, 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대응 방안,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사고의 틀의 전환, 경제위기 극복후의 경제발전 전략 등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 1기의 개혁성과를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미진했던 점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국정2기를 경쟁력 있는 한민족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전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힐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은 “김 대통령은 지속적인 4대 개혁 추진을 통해 일류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한민족의 화해.협력을 통한 통일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두가지 화두에 기초를 두고 연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통령은 ‘새천년의 첫 8·15 경축일’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21세기에는 세계역사의 흐름에 둔감해 도약의 기회를 놓쳤던 20세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그 처방으로 분야별 개혁 방향과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과 현대 사태 등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법과 원칙에 따라 해나갈 것임을 명확히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에 대한 언급에서는 ‘선언’이 아닌 ‘실천’쪽에 무게를 두고 남북이 서로 평화공존하면서 잘 살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사회 일각의 ‘반미’ 분위기 등에 대해서도 김 대통령은 과거와 현재, 또 앞으로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변함 없을 것임을 지적하면서 ‘반미가 국익에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지난 98년 ‘제2건국’, 99년 ‘생산적 복지구현’ 등의 테마를제시했던 것과 달리 포괄적인 정책방향을 설명하는데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는 게 연설문 작성작업에 관여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이번 연설에서 과거 연설과 마찬가지로 국민소득 전망과 실업 해소 방안 등 경제발전 중기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될지도 관심이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정치분야에 대해서는 “국회가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야 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야당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며 “항상 대화를 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 광복절 이후 국회파행 타개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