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30일 자정이 넘어서다.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중 하나인 CBS에 지방가맹사들의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CNN, NBC등은 정규프로그램을 중단,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 당한 참혹한 장면과 함께 현장뉴스가 중계되고 있는 시간에 CBS는 한가롭게 프로레슬링 중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CBS가 다이애나비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다루기 시작한 것은 한시간이 지난 뒤였다.
헤이워드 CBS 사장은 멍청했던 한시간을 ‘악몽의 시간’으로 규정, 베나르도스 뉴스담당 부사장을 특집담당으로 좌천시키고 맥기니스 런던 지국장을 승진 발령했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때의 일이다.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진격해 오고 있는 시간에 신모국방부장관은 이승만대통령에게 ‘각하, 용맹무쌍한 국군이 일제히 반격을 가해 격퇴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육군수뇌부는 전날(토요일) 밤 육군회관 준공파티에서 만취한 술이 덜깬 작취미성의 상태였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참사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은 늑장 대처한 탓이다. 조난 보고를 받고도 흑해 별장에서 계속 휴가를 즐기다가 사태가 심각해진 이틀날 마지못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서구에 구조지원 요청을 한 것은 또 이틀이 지나서 였다.
푸틴은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쿠르스크호 참사와 관련, 지난 23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유족들에게는 10년분 봉급, 아파트 제공등을 약속하는 등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섰으나 이반된 민심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태어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모든일은 이처럼 대처하는데 시기가 있다. 시기를 놓치는 것은 판단의 오류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 판단의 오류로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는지 정부는 다각적인 성찰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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