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난(亂)개발로 용인시에 산재한 문화재들이 폐가(廢家)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당국이 속수무책상태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보도에 따르면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의 용인향교(향토유적 제1호) 주위에는 최고 18층짜리 고층아파트 1천4백여가구를 건립중이고 이미 440여 가구가 입주한 상태여서 용인향교는 ‘아파트 속의 섬’이 될 처지이다. 수지읍 상현리 심곡서원(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호)과 42번 국도 건너편에 있는 조광조묘·신도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동안 주변에 2천여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가 건립돼 최근까지만 해도 웅장했던 심곡서원내 3개동 고건물들이 왜소해졌고 인근 조광조묘 터 주변 1만6천평 중 5천평도 아파트 건립 예정지로 매각됐다.
특히 세계 4대 야외 박물관 중 하나인 기흥읍 보라리 민속촌의 경우 앞쪽에 아파트가 우뚝서 있어 경관을 해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흥읍 보라리에 있는 임진산성터를 비롯, 구성면 마북리의 민영환선생묘(경기도 문화재기념물 제18호), 채제공묘(용인시 문화재기념물 제17호), 양지면 평창리의 평창유적지, 이동면 서리의 고려백자요지 등 용인지역 문화재와 유적지·박물관이 온통 아파트나 대규모 전원주택지, 지방도 확장공사 등으로 존재가치가 파묻혀 버리게 됐다.
사유지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는 당국과 공사강행에 급급한 건설업체들 때문에 유적지와 문화재가 이렇게 아파트 숲에 갇혀 조망권을 잃은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亂개발 속 문화재 보존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유적지 등과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 확보를 의무화하는 등 법령을 제정하면 된다. 또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문화·관광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택지조성 지역은 사전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이미 지정된 문화재·사적지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개발하도록 조치하면 된다. 이와 같은 규제사항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문화재는 도심의 그늘에 파묻힌다. 당국의 특별대책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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