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말이란 정말 무섭다. 말한마디 잘못하여 손해가 막심하거나 봉변을 당하고 반대로 말한마디 잘해서 이득을 보거나 인심을 얻는 예가 범사에 허다하다. 이때문인지 말을 두고 일깨움을 주는 경구 잠언이 유별나게 많다. 잘못한 말은 나중에 취소하거나 사과해도 안한것만은 못하다.

말은 범인의 범사에 이처럼 중요하지만 사회지도층엔 더욱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말은 더더욱 막중하다. 우리같은 정치후진국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법률에 우선한 기속력을 갖는다.

예컨대 ‘골프대중화론’이후부터는 조심조심하던 공무원 골퍼들이 드러내놓고 즐기는 골프해방을 만끽하고 있다. 박봉에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골프가 과연 서민대중 스포츠인지는 잘 알수 없지만. 지난 4·13 총선때는 선거법 불복종선언이 나오기 바쁘게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어 검찰과 선관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1일 민주당 최고위원초청 청와대 만찬에서는 지방의원 외유의 당위론이 나왔다. “지방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을 언론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으나 배우는 것이 많은 만큼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당최고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바람에 한동안 자제하는 쪽으로 기울던 지방의원들 외유가 “장려해야 한다”는 대통령말에 기가 살아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성일정 투성으로 짜여지곤 한 과거의 외유에 그래도 배울게 많다면 더 할말은 없다.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지방의원 외유가 잘못된 것인지는 지역주민들이 더 잘 알아 판단할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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